정부의 2008년 세제개편안은 사상 최대의 감세조치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닦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득세와 법인세율을 깎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해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까지 7% 성장능력을 가진 경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그러나 상속세.증여세율과 양도소득세율을 낮추고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완화함에 따라 감세 혜택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없지 않은 만큼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이번 개편안이 침체 일로에 있는 경기를 띄우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감세가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예상 넘은 감세 폭
감세는 이명박(MB)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경제공약 가운데 공기업 개혁, 규제 완화 등과 함께 `빅3`로 꼽힌다.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 중심을 둔 노무현 정부와 확연히 다른 색깔이다.
따라서 감세는 예고돼 있었지만 이번 개편안에 담은 그 규모와 폭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이번에 종합소득세율을 2년에 걸쳐 구간별로 2%포인트 내리기로 한 것은 애초 1%포인트 인하를 점치던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또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과세기준을 `9억원 초과분`으로 바꾸는가 하면 종부세의 과표적용률을 작년 수준에서 동결하고 상한도 전년대비 150%로 낮췄다.
이는 최근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감세법안이 봇물 터지듯 제출됐고, 이를 놓고 `부자 편들기`라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았던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의 방향이 중.저소득층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소비 기반을 닦는 동시에 투자 촉진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세제를 완화한 것 역시 `불합리`를 `합리`로 바꾼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는 조세부담률을 2007년 22.7%에서 MB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까지 20%대로 끌어내려 `저부담→고투자→고성장` 기조로 바꾸겠다는 기본원칙이 깔려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 감세효과 20조원 넘어
세제 개편에 따른 감세 효과는 단연 사상 최대다. 내년 기준으로 보면 항구적 세수 감소 효과가 10조6천510억원, 일시적 세수감효과가 3조5천840억원 등 모두 14조2천350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일부 감세조치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전년 대비 감세효과가 2010년에는 6조8천억 원, 2011년에는 3조1천억원, 2012년에는 1천억원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물론 당정 협의에 따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를 1년 늦추면 당장은 감세규모가 줄겠지만 2009년 귀속분부터는 감세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에 대비해 연간 기준으로 보면 20조7천억원의 감세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9조2천650억원으로 가장 많고 소득세 5조7천670억원, 상여.증여세 8천840억원, 관세 7천510억원, 개별소비세 6천530억원, 기타 3조4천26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 재정에 `구멍`..어디서 벌충하나
문제는 이 같은 감세가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감세효과의 수치로 보여주듯이 정부 재정에 그만큼의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과표 양성화 등에 따른 세입여력 증대로 항구적 세수가 늘어나는 만큼 이를 통해 내년까지는 감세분 10조6천억원을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해 초과세수 14조2천억원 중 절반은 항구적 세입여력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율인하가 반드시 세수 감소를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며 "2005년 법인세율이 2%포인트, 2002년에는 소득세율이 10% 인하됐지만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세수가 크게 증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세효과가 커지는 2010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과표 양성화 노력을 계속하고 경제도 성장하면서 세입이 늘겠지만 감세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허리띠를 더 졸라매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과 관련, 이번 목적세 폐지로 내국세가 증가하는 만큼 국가.지방 간 재정 중립 유지를 위해 지방 교부세율을 조정할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살림이 적자 행진을 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은 물론, 국가채무비율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과거 미국 레이건, 부시 정부도 감세를 하면 성장이 촉진되고 이로 인해 세수가 늘어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엄청난 재정적자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30%대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33% 안팎인 비율이 애초 정부가 예상했던 대로 2010년에 31%대로 낮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서민층 혜택.경기부양 `미지수`
정부는 이번 감세조치의 53%가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에 귀착될 것으로 봤다. 2009년 기준으로 중산서민층에 전체의 33.4%에 해당하는 4조7천660억원의 감세효과가 돌아가고 이 가운데 근로자가 2조9천520억원(20.7%), 자영업자가 1조8천140억원(12.7%)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도 2조8천30억원(19.7%)의 감세효과를 누리게 된다.
반면 대기업에 돌아가는 감세혜택 규모는 3조4천120억원(24.0%)이며 소득세 과표가 8천8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세 감소분과 양도세, 상속.증여세 감소분 등 세부담 귀착이 명확하지 않은 감세도 3조2천540억원(22.9%)에 이른다.
수치상으로는 중산서민층과 중소기업이 보는 감세효과가 다소 높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소득세 과표 8천800만원 이하인 국민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종의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세출 구조조정을 할 경우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 정책 기조에 비춰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예산이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2012년에 7% 성장을 이룰수 있는 경제로 바뀔지 여부도 주목된다. 강만수 장관은 "조세정책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일자리 창출과 우리 경제 재도약을 위한 모멘텀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감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경향을 띠고 경기 부양적 성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성장잠재력 확충으로 이어질지, 내수를 진작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자금 부족보다는 불투명한 경기 탓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연초 대대적인 세금환급을 단행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돌려받은 세금으로 빚을 갚고 저축하는 데 주로 썼다는 분석도 있다.
농어촌특별세 폐지로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반회계에서 보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금처럼 목적세로 걷을 때에 비해 해당 재원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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