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시중은행이 대출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을 억제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환율이 다시 급등하면서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Knock-in·Knock-out)로 인한 평가손실이 중소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중기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신규 대출을 사실상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7월 중순부터 경기 민감 업종에 대한 대출의 기한 연장을 기존의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으며 자금을 일정 한도만 배정해 그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 여파로 국민은행의 중기대출 순증가액(대출금-회수금)은 7월 9000억원에서 8월 25일 현재 2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 캠페인을 통해 올 상반기(1∼6월)에만 중기대출을 8조8000억원이나 불렸었다. 신한은행의 8월 증가액도 약 2800억원으로 지난달 63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은행은 이달에 6900억원을 늘렸지만 7월 증가액 1조1000억원보다는 한츰 못미치는 액수다.
게다가 대출 금리마저 치솟아 기존 대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기대출 평균 금리는 5월 7.14%에서 6월 7.21%로 뛰었다. 한은은 7월에도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중기 대출금리도 전달에 비해 0.10% 포인트 안팎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돈줄죄기로 영세 중소기업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얼마 전 중기중앙회가 22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65.7%가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하반기에는 자금난을 호소하는 업체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중기중앙회는 예상했다.
환율 폭등도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하향 안정 국면을 보였던 환율이 8월에 다시 폭등하면서 키코 가입 기업들은 다시 타격을 입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46원이던 지난 6월 말 키코 가입 기업들의 평가손실은 9678억원이고 이 중 중소기업의 피해액은 7218억원에 달했는데 최근 환율을 1080원선을 기록하고 있어 손실금액이 훨씬 더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업들은 환율 상한선을 1070∼1080원선으로 높이는 계약을 다시 맺었으나 환율이 그 이상 상승하는 바람에 또 다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환율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심리를 꺾기 위해 9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도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최근 몇년간 중기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은행의 대출 옥죄기로 중소기업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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