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식재산권 중심의 기술 획득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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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약 3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한국·일본·미국의 자동차 관련 특허를 모두 합치면 약 25만건에 이른다. 즉, 자동차는 물리적으로는 약 3만개의 부품 결합체지만 지식재산권 관점으로는 약 25만 국제특허 복합체로 볼 수 있다. 현재 내연기관 엔진에는 약 4만2000건, 상용화 초기 단계인 하이브리드카 엔진에는 약 2600건, 연구개발 단계인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동력 발생장치인 연료전지에는 약 2400건의 특허가 있다.

 향후 미래형 자동차가 기존 화석연료 내연기관 차량을 완전 대체할 시점에서는 얼마나 많은 특허가 차량 엔진과 관련해서 존재하게 될지 예측하기 곤란하다.

 ‘지식재산권 중심의 기술 획득 전략’은 3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1단계는 제품이나 기술을 물리적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그와 연계된 특허권의 집합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미래형 자동차를 예로 들면,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같은 미래시장 예측에 따른 제품 특성,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반 기술, 이들 기술에서 획득 가능한 특허권의 연결 고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2단계는 사업자가 제3자의 부당한 특허 공세에 흔들림 없이 사업을 영위하거나 특허권 실시계약 등으로 직접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최적의 특허권 포트폴리오’를 파악하는 일이다.

 마지막 단계는 최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개별 특허를 언제까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획득할 것인지 하는 전략으로 기업 자체 연구개발(R&D) 추진, 정부의 국책과제 참여 등 기술을 직접 개발해 권리화하는 방법 또는 외국기업이나 대학의 특허권을 매입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이 있을 수 있다.

 ‘이길 수 없는 적은 친구로 만들라’는 말처럼 피할 수 없는 핵심 특허가 길목을 지키고 있다면 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적절한 조건으로 매입하거나 실시권을 획득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특허권은 자체 R&D 성과로서만 획득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업계의 지재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꿰뚫어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만약에 우리가 CDMA 원천기술을 상용화 초기에 매입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원천기술 사용료로 지급한 비용은 총 3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우리 기업들이 서둘러 상용화 초기에 매입했다면 그보다 적은 금액으로 기술을 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개인이든 기업이든 상황 인식에 따라 같은 문제에 대한 대응에도 하늘과 땅 차이가 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1970년대에 토대가 마련된 중화학산업을 바탕으로 1980년대에 세계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많은 반덤핑 공세를 겪었던 것처럼, 21세기 모든 선진 산업국가가 지식기반 경제를 추구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특허 등 격심한 지재권 공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전쟁 수준의 지재권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례를 보면 기업은 세계 시장에서 일부 경쟁업체의 부당한 특허 전략에 휘말려 억울한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자사의 미래 주력 제품에 반드시 특허 분쟁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대비해야만 한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대비책은 바로 ‘지재권 중심의 기술 획득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전략은 국가나 민간기업의 R&D 사업은 물론이고 대학의 교육과 연구활동에도 연계시켜 기획·실행·평가 단계, 활용 및 사후 분쟁해결 등 국가의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전 과정에 총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특허 강국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업별 제품 및 기술별로 내실 있는 구체적 특허 전략 청사진을 마련하고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고정식 특허청장 kohjs@kipo.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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