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비자 볼모로 잡는 애플

 업체들이 새로운 서비스나 휴대폰 공개 일정을 무리하게 맞추다가 소비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늘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애플은 3G 아이폰과 함께 공개된 인터넷 기반 동기화 서비스 모바일미를 지난달 11일 공개했다. 이 서비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모바일미 가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사과하며 30일 동안 무료 서비스 사용기간을 연장했다. 이 발표 이후에도 서비스 장애로 인해 서비스 주요기능인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없고 통화 목록과 달력에 일정이 사라지는 등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지난 5일(현지시각) “3G 아이폰 출시에 맞추려 무리한 일정으로 인터넷 서비스 ‘모바일미(MobileMe)’를 시작한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모바일미 실수 사례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에 대해 더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애플은 20일 다시 이 서비스의 무료 서비스를 두 달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인터넷 서비스를 더 배울 동안 학습교재로 이용되는 일종의 볼모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의 망신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같은 날 애플은 3G 아이폰의 오류를 일부 인정하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 펌웨어가 어떤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서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더욱이 소비자들은 펌웨어 설치 이후에도 각종 버그를 하소연하고 있다. 무슨 기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는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애플의 애플답지(?) 못한 망신은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국내 주요 휴대폰 업체도 제품 출시 일자에 맞추기 급급해 고가에 새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업체들의 무리한 출시 일정 뒤에 남은 건 소비자들의 손해뿐이다.

  이동인기자<국제부> d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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