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은 IBM이 아니잖습니까.” 이상윤 비상 사장이 5년 전에 3차원 집적회로(3D IC)를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이랬다. 3D IC라는 게 80년대부터 모토로라를 비롯한 유수의 업체들이 거액을 투자하고도 포기한 아이템인만큼 IBM정도의 자금력과 기술력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도 80년대에 10여년간 많은 예산을 들여 연구개발을 했고 삼성전자도 최근까지 연구했던 기술이다.
이 사장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고 믿지 않았던 일을 해냈다. 반도체 소자의 배선은 수평으로 해야한다는 상식을 깨고 수직으로 구현해 이뤄냈다. 이 사장은 “3D IC기술을 활용하면 노후설비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신규설비투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점점 더 작아짐에 따라 수평적으로 소자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은 점점 더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점은 바로 반도체 생산가격의 급격한 상승입니다.” 그는 “반도체 업계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반도체 소자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왔으며 무어의 법칙도 한동안 지속하겠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반도체 생산에 드는 비용이 매출을 앞서게 되고 업계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300㎜ 웨이퍼 팹 하나를 건설하는데 3∼4조원의 거액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이 늘어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설비투자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반도체 업계가 생산단가를 낮추고 칩의 성능은 더 높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과 비상이 개발한 3D IC 기술은 CPU와 DSP, 시스템온칩(SoC), 이미지센서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임베디드 메모리로 활용할 수 있다.
“흔히 CPU라고 하면 클록속도를 이야기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메모리입니다. 실제로 CPU를 열어보면 메모리가 차지하는 용량이 75%를 넘고 앞으로는 90%를 넘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비메모리와 함께 들어가는 임베디드 메모리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메모리는 버스 만드는 기술이라면 로직은 스포츠카를 만드는 기술인데 서로 다른 두 기술을 결합한 것이 SoC”라며 “서로 다른 두 가지 기능을 유기적으로 집적화하는데 필요한 것이 임베디드 메모리”라고 강조했다.
“비상은 아직 작지만 자신 있습니다. 몸집이 작은 만큼 급변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비상이 3D IC 개발에 성공한 것도 게임의 법칙을 바꿔 다른 사업에 접목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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