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산업협회와 한국IT기업연합회가 20일 통합을 선언하고 벤처산업협회로 새로 태어났다. 지난 1995년 발족해 국내 벤처·IT산업 도약을 이끌어왔던 벤처기업협회와 1996년 출범해 IT 중소·벤처기업 육성 창구 역할을 해왔던 IT기업연합회가 10여 년 만에 하나로 합친 것이다.
두 단체가 각각 3만여 벤처기업과 2만여 IT기업을 대변해 온 점을 감안하면 가히 초대형 벤처기관의 탄생이라 할 만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전경련 같은 경제 5단체를 잇는 제6의 단체로 위상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 산업자원부(벤처협회)와 정보통신부(IT기업연합회) 소속으로 서로 소관 부처가 달랐던 두 기관이 정부부처 통합과 맞물려 힘을 하나로 합치기로 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두 기관이 통합의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으로 우선 하나가 돼야 한다. 통합단체는 내년 2월까지 공동회장 체제를 유지하는 한편 다른 유관단체들과도 유기적 연대를 추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동회장 체제가 끝나는 내년 3월부터가 중요하다. 행여 기득권 유지를 위해 내부적으로 헤게모니 싸움이라도 벌인다면 통합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강화된 위상을 통해 국가 경제의 진정한 성장엔진이 돼 달라는 외부의 뜻도 저버리게 된다. 수많은 벤처기업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다양한 벤처기업이 한데 뭉쳐 있어 자칫 모래알 협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통합협회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되돌아보면 지난 1980년대 초 태동한 벤처는 늘 우리 경제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비록 1990년 말과 2000년 초 벤처 열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묻지마 투자를 유발하는 등 과도한 거품을 낳는 부작용이 있기도 했지만 미증유의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벤처는 지난 20여년간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한 축이었다.
실제로 벤처기업의 수출 규모는 매년 증가해 지난 2000년 49억달러에서 2005년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전체 수출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기업이 지난해 기준 150곳이 넘으며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고용 창출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이 같은 성장에는 정부 지원이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 97년 10년 한시 특별법을 제정했으며 지난해에는 이 법을 10년 연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규제완화와 인수합병(M&A) 촉진 등 벤처 활성화를 위해 아직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많다. 벤처 기업도 마찬가지다. 마냥 정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등 벤처를 넘어 중견·대기업으로 커갈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관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통합단체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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