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우리는 역주행 중](중) 산업·시장 모두 뺏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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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하면 늦으리’

 전기차는 기존 20세기형 자동차산업과 달리 아직 명확한 선진국도, 세계적인 주도기업도 생겨나지 않은 그야말로 21세기형 이머징(신생)산업이다. 우리나라가 경쟁국과 대등한 조건에서 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성장 분야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산업화 초기 우리가 내부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관련 산업 주도권과 국내 시장 수요까지 모두 해외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신산업이 등장하고 번창할 때마다 시장에서 증명됐던 불변의 진리기도 하다.

 미래의 전기차는 바퀴가 달린 전자제품이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념을 정리한 ‘모바일 엔터테이너’의 핵심 플랫폼인 셈이다. 전기차는 무선 네트워크, 전력망과 연결돼 새로운 사업 모델을 파생시킬 것이며, 과거 CDMA 휴대폰 기술에 버금가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전력·SK텔레콤·삼성전자·LG전자 등이 전기차 및 인프라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다.

 인프라시장과 함께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부품·소재·기기 수요가 버티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특정 지역에 국한해 민간 전기차 활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온 단편적 판단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시장이 연결돼 있다. 현 자동차산업이 입증하듯 부품소재 산업이 대외에 종속되면 결국, 완성차의 덩치가 아무리 커지더라도 시장 주도권은 해외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만큼 초기 ‘선점 전략’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시장을 만드는 소비자의 대이동을 먼저 감지하고 대응하지 못한다면, 국내시장조차 외국에 내주게 되는 형국이 벌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지금은 세계 5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자동차업계가 종전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내연기관 차량은 21세기에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석유의존도를 낮추려면 현 단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유리한 전기차 보급에 경쟁국들과 대응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자칫하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부품·기술 부문은 물론이고 내수 시장까지 일본·미국·유럽 등에 다시 종속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한 전기차 제조업체 대표는 “전기차는 내부 기관과 작동 원리가 간단해 웬만한 기업이면 6개월 내에 바닥부터 시작해도 다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라며 “우리가 선점하고,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는 시장을 눈앞에 두고도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납축전지, 충전 인프라 등 우리 기술로 세계 시장 경쟁과 표준 전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기회 앞에서 우리 스스로가 헤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호·배일한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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