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SW 기관 통폐합 이대로 좋은가

 공기업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는 정부가 이달 말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2차 계획안을 발표한다. 지난 11일 1차로 41곳의 민영화 계획을 공개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2차 민영화는 30개 부처 산하기관 중 비교적 손쉽게 통폐합이 가능한 기관 가운데 18개를 폐지, 총 12개만 남길 계획이라고 한다.

 이 중에는 여러 IT 및 과학기술 관련 단체가 들어가 있는데 통폐합의 장단점을 철저히 따지지 않은 채 단순히 수 줄이기에 치우친 감이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애초 이들 단체는 모두 시대적 필요에 따라 탄생했다. 법적 설립 근거가 있음은 물론이다. 즉, 각각의 기관이 고유목적이 있으며 법으로 이를 지원하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당초 설립 목적이 무의미해져 더 이상 존립할 필요가 없는 기관이 있을 수 있다.

 기실 공기업은 그 설립 목적을 이루고 나면 해체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2차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IT 및 과학기술 기관들을 보면 애초의 설립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소프트웨어 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지난 98년 설립됐지만 아직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전자거래 촉진을 위해 만들어진 전자거래진흥원과 중소 IT기업 수출 지원을 위해 설립된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 3개 기관을 하나로 통합한다고 하니 그 기준이 무엇인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이들 3개 기관은 기능이 유사한 것도 아니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은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소프트웨어 시대를 맞아 우리도 마이크로소프트·IBM·오라클·SAP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최고의 수출 아이템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탄생했다.

 반면에 전자거래기본법에 의해 지난 99년 설립된 전자거래진흥원은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전자거래에 대비해 법·제도, 표준, 기술 개발 등을 위해 세워졌으며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IT산업의 해외 진출과 국제협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진흥이라는 목적은 같지만 각자 진흥의 대상이 전혀 다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이들 3개 기관을 하나로 합쳐 효율을 꾀한다고 하면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을 것이다. 다른 기관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진흥원과 정보보호진흥원, 정보문화진흥원과 정보사회진흥원을 하나로 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합목적성에 어긋나는 수 줄이기에 지나지 않는다.

 과감한 공기업 민영화를 통해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경제 활력을 다시 찾은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공기업 민영화는 우리 경제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수 줄이기에 급급해 오히려 국가 성장엔진을 갉아먹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시일에 얽매이지 말고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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