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 살 때 열차의 신문팔이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은 일생 동안 1355건을 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많은 발명품 중에서도 그에게 부(富)를 안겨준 것은 1879년에 발명해 후일 세계 최대의 종합전기회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탄생한 계기가 된 탄소필라멘트 백열전구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가 이룩한 대부분의 발명품은 결국 기술 개발에만 머무르고 말았다. 이는 기술 개발 결과 이후 사업화 성공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화 성공률 제고에 대한 고민은 에디슨 이후 100년이 흐른 지금도 결코 예외일 수가 없다.
지금까지 정부는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서 기술 사업화에 대한 지원보다는 기술개발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전개해 왔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정부의 기술 개발 지원 예산은 약 10조원 규모로 1인당 연구개발 투자액이 OECD 평균의 86% 수준에 육박한다. 반면에 기술 이전을 통한 사업화 촉진 예산은 약 793억원 규모로 기술개발 전체 예산의 0.8%에 불과했다.
기술 개발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는 기술력 우위를 산업 경쟁력의 원천으로 판단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이기는 하나, 실질적인 부의 창출을 위한 중요한 단계인 기술이전 사업화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의 기술 사업화는 비단 예산 확보 측면뿐만이 아니라, 시스템 측면에서도 신기술 사업화를 위한 기획시스템의 부재,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의 기술 수급 괴리, 사업화를 위한 지원 인프라의 분산, 기술금융 시장의 미성숙 등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상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곧바로 시장으로 이어져, 많은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성과를 사업화로 연계할 때 제약 요인을 극복하지 못한 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빠져들게 한다. 설령 죽음의 계곡을 탈출했다 할지라도 시장 개척 및 성과 확산 단계에서 또다시 생사의 고비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업화는 기술 개발의 성과 향상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키워드다. 따라서 이에 대한 혁신적인 지원 시스템 확대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편중된 정부의 투자 패턴은 결국 사업화 부진뿐만이 아니라, 나아가 국가 예산의 투자 효율성 저하를 초래하게 됐다.
사업화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사업화 추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전방위적 사업화 정책 추진 지원을 전담하는 ‘기술사업화 전담기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하게 요구된다.
최근 기술이전 사업화의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도 사업화 성공률의 혁신적인 제고를 통한 국가연구개발 예산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국가연구개발사업·기술이전 및 거래 기능의 민간이양, 위탁·기술금융의 활성화, 개방형 기술혁신 체제로의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기술개발 관련 주요 개편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바야흐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효율성 저하를 극복하고, 기업의 요구에 따른 정책 대응력을 강화하며, 정부의 기술 개발 개편의지의 성공적인 실천 등을 위해 사업화 기능의 확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우리 부품소재 기술 개발이 에디슨의 경우와는 달리 모든 기술개발의 결과가 사업화 성공을 통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긍정적인 발표가 사업화 촉진에 지름길이 되고 우리가 미래 기술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정준석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장 jsjung88@km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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