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어라](중)내수경기 진작 급하다

 상반기 고유가와 원자재 상승이라는 악재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간 삼성과 LG전자 등 대기업이 하반기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신사업자도 내수 경기 침체에 불안해하고 있다.

 내수 시장 침체는 국내 경기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IMF 외환위기의 해법이 여기서도 요구된다. 해법은 소비시장 회복이다. ‘물가 폭등-소비위축-임금인상’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선순환 구조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소비에 있다는 것을 IMF와 일본의 경기침체에서 배웠다.

 경기에 따라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다시 기업의 투자를 줄이는 악순환은 피해야 한다. ‘원가 절감과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도 중요하지만, 허리띠 졸라매기로는 한계가 있다. 현명한 경영과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원가절감과 프리미엄 전략은 위험= 2분기 매출이 분기 사상 최대인 18조1400억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나 상반기에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LG전자 모두 하반기는 수요 침체와 원가 상승의 여파로 매출이 상반기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은 이 꺾인 시장 흐름을 ‘180도’ 반전시킬 수 없지만, 합리적인 구매 조달 체계와 프리미엄 제품 위주의 마케팅으로 스태그플레이션 파고를 넘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정도현 LG전자 부사장은 “가전 사업 비수기 진입과 경기 침체에 따른 영향으로 하반기 매출은 소폭 감소할 것”이라며 “공급망관리(SCM)로 대응력을 높이고 원가 절감 활동에 주력해 영업 흑자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가전업체 측에서 보면 불황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

 하지만 원가절감과 프리미엄 전략은 자칫 내수경기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의 원가절감은 부품 납품업체와 하도급업체에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침체를 가져올 수 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이 중소기업으로 전가돼 ‘대기업-중소기업’의 협력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전략도 제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 주력시장과 브릭스 등 신흥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범국가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속으로=스태그플레이션의 문제점은 물가인상과 소비 감소, 기업 위축, 고용 감소, 실질소득 감소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데 있다. 기업은 신규 투자감축, 원가 절감과 구조 조정, 고소득층을 겨냥한 특정상품 판매 강화 등으로 위기를 넘어서려는 경향이 있다. 통신사업자 등도 투자를 줄이고, 기존 고객을 통한 안정적 매출을 올리려 한다. 임금 억제, 인력 및 사업 구조 조정은 선택하기 쉬운 조건이 된다. 공공기관 역시 공공요금 인상과 신규 인력 채용 줄이기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으려 한다.

 해법은 경기침체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 나가는 것이다. 일단은 정부차원에서의 전기·가스 등의 요금인상을 억제하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 공공요금과 맞물려 진행되는 각종 물가 인상 압력을 정부 규제와 지원을 통해서 억눌러야 한다. 여기에 기업에 대한 감세 등 각종 규제제도를 풀어 시장을 만들고, 대형국가 프로젝트와 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키워야 할 것이다.

 특히 단기간 경제 부양 효과가 뛰어난 IT산업과 전자산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기간통신 네트워크 향상을 위한 전략적 투자, IPTV 서비스 보급확산 등 뉴IT전략의 빠른 시행도 고려해볼 만하다.

 기업은 축소 지향적인 투자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원가절감보다는 선제적 투자 전략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요구된다. IMF 때 만들어진 MP3 플레이어가 전 세계 오디오 시장 판도를 바꾼 것처럼,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강병준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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