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 현상이 IT 업종 등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일 때 IT, 전자제품 수출이 늘어났던 것과는 반대 현상이다. 달러화 강세로 원자재 가격이 조정을 받음에 따라 성장세를 이어가던 남미·중동 등 자원보유국의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MSCI 신흥남미·중동지수는 상품시장의 큰 폭 하락으로 최근 신저가를 기록 중이다. 이 지역은 우리 기업들의 신흥 수출 지역이다.
◇달러 강세, 한국 수출에 ‘독’=신흥 자원보유국 경제가 침체됨에 따라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를 이어온 우리나라 수출전선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신흥 자원보유국들의 증시가 급락함에 따라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선진국보다는 신흥 자원보유국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증가율 중 자원보유국 비중은 41.4%였고, 올 상반기 비중은 33.9%를 기록했다. 특히 올 상반기에는 휴대폰·LCD 등 주요 IT 품목의 선진국시장 소비둔화를 신흥 자원보유국시장 소비증가로 상쇄해 왔다. 한국의 이 같은 수출해법도 달러 강세라는 복병 출현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최재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조정에도 최근 KOSPI가 선진국 증시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 것은 한국 수출 타격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라며 “올 상반기와 같은 수출주 환율 잔치가 다시 기대되기보다는 신흥 자원보유국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달러 강세의 속내=애초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세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달러화 약세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주요 요인이었던만큼 달러의 기운 회복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긍정적 시나리오의 전제는 미국 경기회복을 전제로 한 글로벌 경제 선순환 속에서의 달러 강세였다.
달러 강세 현상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질이 문제다. 지금 달러 약세 반전은 미국 경기회복에 의한 자체적 상승이 아니라 유럽·일본의 경기침체에 따른 상대적 강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에 비해 그 나름대로 견조한 모습을 보였던 일본·유럽 경제도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대세를 비켜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양경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글로벌 경제에 물가부담 완화·경기침체란 ‘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 이슈가 더 부각된다면 글로벌 소비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한국 IT 제품, 자동차 등의 수출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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