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한 불` 껐지만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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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긴급 브리핑을 갖고 “외환보유고를 풀어서라도 환율 급등을 막겠다”며 강력한 시장 개입을 선언했다. 끝모르고 치솟는 환율이 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자 환율을 잡겠다며 시장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시장 개입을 선언한지 한달이 된 지금, 시장은 환율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시장 개입이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율조작국이라는 대외이미지 실추와 외환 투기세력에 정부의 환율정책만 노출시킨채, 외환보유고만 축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기우였다. 다만 외국인 보유 국채 만기도래에 따라 외화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9월 위기설’ 등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하는 등 앞으로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시장개입 성공적=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던 시점에서 105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6거래일째 101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루동안 무려 60억달러를 시장에 퍼붓는 등 사실상 융단폭격을 가하면서 달러 투기심리를 잠재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대량 개입으로 한 때 장중 1000원선이 깨지기도 했지만 최근 1000∼1020원 사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의 목소리는 힘을 잃고 있으며 외환보유액을 풀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데 대한 정당성에 대부분 시장 관계자들은 동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국이 개입의 이유로 들었던 고물가 잠재우기는 효과가 있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남아 있다.

 ◇외환보유액 관리 신중해야=일단 환율 잡기에는 성공했지만 외환보유고를 푸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따라 7월 중 외환보유액은 2475억2000만달러로 한달 전에 비해 105억8000만달러나 감소했다. 통계 작성 이후 한달 기준으로 최대폭의 감소이다. 절대적인 외환보유액 규모로 따지면 아직도 세계 6위 수준이지만 경기가 하강하거나 신용 경색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외환보유고 감소는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9월 6조원이 넘는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는데 이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는 등 큰 충격이 올 것이란 ‘9월 위기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정부 당국의 과제다.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괴담 수준의 얘기”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을 주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율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지고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연구부장은 “최근 외환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 주체들은 정부의 시장 조정기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 기능을 어떻게 정상화시키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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