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벤처의 한숨](하) 정부가 벤처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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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최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측과 중소기업 보증을 1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지원을 늘리고 경제가 다시 안정·활성화될 때 지원을 줄여 정부기관이 경기 변화에 신축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처럼 최근 경기침체로 심각한 구멍이 우려되는 벤처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 씨앗 뿌리기 식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벤처업계도 이 방식은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은 분야에서 벤처 간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경계의 목소리다.

 우리나라는 과거 벤처 버블기를 겪으며 경쟁력 있는 기술 기업을 선별할 수 있는 노하우를 확보했다.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평가보증 기반 지원사업의 사고율이 대폭 낮아진 것이 좋은 사례다. 기보가 지원해 발생한 사고율은 2004년 12.9%에서 올 상반기 4%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이와 관련, 기보와 기업은행이 공동으로 올해 처음 도입한 ‘리더비즈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술 중소 벤처기업만을 위한 이 상품은 3월 출시해 한 달 만에 상반기 집행분 250억원을 모두 소진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3%대의 낮은 금리가 호평의 이유로, 양 기관의 기술평가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을 포함, 민간에서 벤처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지식경제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으로 도출한 ‘IT비전 2012’를 적극 활용하면 가능하다. 이 정책은 기존 굴뚝산업에 IT를 접목하고 또 새로운 IT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이 정책은 분명 대기업이 주도를 하겠지만 벤처기업의 몫이 상당 부분 있다. 정부가 대기업과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특정분야를 지원하는 방법, 상생 차원에서 대기업이 직·간접으로 벤처 지원에 나서도록 하는 방법 등 다양하게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소벤처들은 R&D아이템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자금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특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 민간 의견을 수렴해 대기업은 자체 투자에 나서게 하고 동시에 상생차원에서 기술벤처에 인력·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과제다. 이는 벤처생태계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필수적이다. 경기 침체는 주식시장 침체로 이어지고 이는 벤처캐피털의 자금회수 한계로 연결돼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서게 한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벤처캐피털업체들의 자금회수 방식은 2006년 기준 벤처기업의 상장(IPO)이 86.1%로 M&A 13.9%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같은 기간 미국의 M&A 75.7%와 IPO 24.3%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M&A가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대체시장 역할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완화 등 다각도의 모색이 필요한 측면이다.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계기도 시급하다. 규제완화가 대표적이다. 벤처캐피털업계는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벤처캐피털의 영역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벤처캐피털이 벤처 자금줄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달 중순께 결정될 기보와 신용보증기금 통폐합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시점이 매우 안 좋다. 지난해 정보통신부 해체가 알려진 후 IT업계는 혼란에 빠졌었다. 정부가 IT지원을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신보의 기보 흡수 통폐합을 벤처업계가 걱정하는 이유다.

 이남형 기보 이사는 “그동안 기술 중소기업들이 양 기관 통합에 대해 정부에 대거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양 기관 통합은 기술 기업들에 적지 않은 실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전했다.

김준배·이경민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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