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고공행진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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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하며 150달러 선도 위협했던 국제유가가 120달러 선으로 급락하면서 고공행진이 한풀 꺾이고 있다.

 이대로 하락세가 유지되면 고유로 인한 고물가 압박에 시달려온 우리 경제에도 숨통이 트이고 올해 4.7% 성장이라는 정부의 거시경제 목표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2.54달러 내린 배럴당 122.1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145.7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보름 만에 23.59달러나 급락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29일 전일 대비 1.25달러 상승한 122.53달러를 기록했지만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다.

 원유재고 증가 전망 등 뚜렷한 수요 감소 징후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감될 것이라는 기대가 유가를 끌어내렸다. 특히 유가 하락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월가의 상품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유가가 향후 수 개월내 100달러 밑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의 주름살도 펴질 전망이다.

 전문 연구기관들은 국제 유가가 10% 떨어지면 경제성장률은 0.2∼0.3%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유가 하락을 좋은 소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가 올해 연평균 110달러일 경우를 전제로 연 4.7% 성장목표를 제시했던 기획재정부는 이대로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이 같은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가 올라가면 국내 물가가 따라서 올라가고 이는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를 불러옴으로써 성장률까지 갉아먹는 구조가 돼 정부로서는 경제운용이 매우 어려워지지만 최근 유가 하락세는 반길 만한 소식이다.

 다만 유가 상승 국면이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세계 경기의 둔화 위험이 부각된만큼 상황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구자권 한국석유공사 해외조사팀장은 “수요 둔화는 유가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이란 문제와 나이지리아 산유지역의 테러,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달러화 약세 등 유가 상승 요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유가하락의 이유는 세계 경기 둔화에 의한 석유소비 감소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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