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내광가입자망(FTTH)의 가입자 장비인 수동형광가입자망(PON) 제조업계가 주요 부품인 광모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2009년까지 200만 가입자를 FTTH로 수용하겠다던 KT도 완급 조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과점 시장을 지배하던 업체의 피인수와 이에 따른 정책변화 그리고 국내보다 몇 배 큰 중국 시장의 수요 폭발 등 요인 때문이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좀 더 근본적인 원인 하나를 찾을 수 있다. 바로 통신사업자의 최저가 입찰제다. 국내에 PON이 처음 도입될 당시 통신사업자(KT)가 장비를 도입하면서 최저가 입찰로 장비를 공급받았다. 물론 통신사업자는 그로 인해 상당한 금액을 절약할 수 있었지만, 값싼 중국산에 밀린 광모듈 제조업체들은 이후 모두 사업을 접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PON에 사용할 광모듈을 제조하는 업체는 없다. 최근 광모듈 시장은 대만의 델타나 파이버존을 인수한 소스포토닉스 등 소수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가정이란 게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만약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당시 국내 광모듈 업체 한 곳의 장비를 채택해줬다면 어땠을까. 제일 먼저 지금 벌어지는 광모듈 구득난에 대안이 생겼을 것이고, 두 번째는 장비업체가 1000만회선이나 되는 중국 PON 시장에 최소 100만∼200만회선 규모의 장비 수출도 가능했을 것이다. 장비업체 역시 안정적인 국내 수요처를 바탕으로 원가 절감과 기술 개발 노력을 거쳐 당시보다 더 좋은 장비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한 가지 가정을 더해 만약 그 광모듈 회사에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지분 투자라도 조금 했다면 신사업 발굴에 한창인 통신사업자에 별도의 수익도 안겨줬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 한국 산업에 부메랑이 돼 무섭게 날아들고 있다. 바로 최저가 입찰제의 역습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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