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여성 CEO들의 무덤(?)’
멕 휘트먼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다이앤 그린 VM웨어 CEO마저 현직을 떠나면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150여개 IT대기업에는 여성 CEO가 한명도 남질 않게 됐다. 칼리 피오리나 전 HP 회장, 캐롤 바르츠 전 오토데스크 CEO까지 고려한다면 IT붐이 사그라지면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간판 여성 CEO들도 줄줄이 짐을 싼 셈이다.
◇여성 임원 숫자 제일 적어=지난 주 미국 팔로알토에서 열린 ‘실리콘밸리 여성 경영자 포럼’에서는 다이앤 그린 사퇴를 놓고 성토대회가 벌어졌다. 다이앤 그린은 실리콘밸리 150여개 IT 대기업중에서 마지막 남은 여성 CEO. 그녀의 사퇴는 현지 여성 경영자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웬디 비참 여성 포럼 운영자는 “VM웨어를 공동 창업해 10년간 이끌어 온 그린이 회사를 떠난다는 것은 상징적 시사점이 있다”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포럼에 참석한 UC데이비스의 니콜 울세이 비가르트는 교수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IT기업중 여성 임원 비중이 미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제일 낮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남은 실리콘밸리 여성 임원들은 야후의 수잔 데커 대표, 오라클의 사프라 캣츠 최고재무책임자(CFO), HP의 앤 리버모어 부사장 등이 있다.
◇세대 교체 바람 부나=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세대 교체론’을 들었다. HP나 이베이, 심지어 VM웨어까지 실리콘밸리에서는 성장단계를 넘어 성숙단계에 이른 기업이니만큼 부진한 실적을 헤쳐나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그린의 퇴임 역시, VM웨어의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반면 속속 새 얼굴들도 등장하고 있다. 창업은 물론, 벤처캐피탈 등의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많아졌다.
USA투데이는 트렌드 마이크로의 에바첸, 루카스 와이어리스의 셀리나 로 등을 예로 들었다.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알파걸’들이 속속 기술기업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가르트 교수 역시 “대기업 보다는 새롭게 창업하는 기업에는 여성들의 활동과 여성 임원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안한 리더십’ 필요=그럼에도 여성 임원들의 경영 능력과 리더십은 여전한 과제다. 남성 경영자들과의 경쟁은 기업공개(IPO)를 마친 상장 기업이건, 개인 기업이건 상관없이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벤처캐피탈과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디 패드노스 애널리스트는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이 이끄는 회사는 함께 일하기 편안한 느낌과 안정감을 담아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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