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인터넷] 모바일 잃어버린 7년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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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자, 모바일 강국이다. 그러나 모바일 인터넷 분야의 강국은 아니다. 휴대폰으로 e메일을 이용하기도 어렵고, 블로깅도 어렵기만 하다. 화려한 유선상의 인터넷 사이트와 콘텐츠 상당수가 아직 휴대폰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선망이 아직 이동통신사 중심의 폐쇄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미래 사회, 열린 네트워크 新인터넷’ 기획의 첫 번째 문제제기로 무선망 개방을 택했다. 인터넷의 미래 시장, 이동통신 서비스의 차기 시장이 바로 모바일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무선망 개방은 이동통신사로서는 단기 수익감소를 가져올 수도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이동통신사들의 망투자와 시장 확대 노력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개방 이슈를 제기하는 것은 이제 거북이 걸음으로는 소비자를 더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얘기다. 더욱이 무선망 개방은 세계적인 추세며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의 발걸음이 급해지고 있음을 해외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각국의 모바일 인터넷 시장 및 무선망 개방 현황을 5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주>

<순서>

1회:모바일 인터넷 잃어버린 7년-한국

2회:사업자 자율 경쟁이 시장 키웠다-일본

3회:다양한 요금제, 자유로운 접속-영국

4회:망개방도 예술적으로-프랑스

5회:일촉즉발! 모바일 인터넷 빅뱅-미국

 ‘잃어버린 7년.’

 우리나라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다. 2001년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무선망 개방 논의를 시작해놓고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진척이 없는 것을 빗대는 표현이다. 보다폰 등 해외 기업들이 불과 2∼3년 전부터 논의를 시작해 급속하게 개방과 경쟁을 이뤄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실기가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물론 나라마다 조건과 처지가 달라 동일 비교는 곤란하다. 그러나 4개국 취재에서 공통 분모는 ‘이동통신의 미래 시장은 모바일 인터넷’이라는 대전제와 ‘적극적인 무선망 개방전략을 통한 시장 활성화’였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모바일 인프라에 비해 인터넷 서비스는 취약하기만 하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동통신사 위주로 꾸려진 폐쇄적인 모바일 인터넷 시장 구조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전자신문이 한국을 비롯해 영국, 미국, 일본, 프랑스 5개국 주요 이동통신사의 무선망 개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망개방 정도가 취약하고 개방을 했더라도 사용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외부 사이트 접속 불편하고 제한적=무선망 개방의 여러 가지 필요조건 가운데 △접속경로 편의성 △외부 사이트 접속 개방 △외부 CP의 콘텐츠 다운로드 가능 여부 △브라우저 기능·플랫폼 표준 개방 등 4개 카테고리, 7개 항목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SK텔레콤)는 무선 핫키 기능과 북마크 기능, URL 입력으로 일부 타사이트를 접속하는 기능 정도만 지원했다.<표1 참조> 콘텐츠·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브라우저 기능 개방 등의 항목은 지원되지 않았다.

 가장 취약한 부문은 외부 사이트 접속이 제한적이거나 메뉴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 2단계 조작으로 URL 입력창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보다폰·NTT도코모 등에 비해 SK텔레콤은 무선 포털 네이트 접속부터 4∼5단계의 경로를 거쳐야만 ‘새 URL 입력’이라는 메뉴가 뜬다. 보다폰은 보다폰라이브 초기화면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Go to address’ 메뉴가 지원되고 NTT도코모 역시 i모드 초기화면에서 한 단계만 더 거치면 주소창이 바로 뜬다. 무엇보다 현재 SK텔레콤 휴대폰에서 지원하는 외부 사이트는 전체 웹사이트가 아니라 과거 인터넷진흥원에 등록된 윙크 사이트에 국한돼 이 전용 포맷을 지원하지 않는 사이트는 주소를 입력해도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보다폰라이브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네이버나 다음 포털까지 접속 가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즉 PC 인터넷 이용의 습관이 모바일 환경에서는 전혀 지원되지 않는 셈이다. 이용자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NTT도코모와 보다폰, 오렌지는 외부 포털이나 CP의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했다. 특히 NTT도코모는 모바일 브라우저 및 플랫폼도 외부 사업자에 적극 개방했다. 보다폰, 오렌지도 마찬가지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개발인터페이스(API)를 제한적으로나마 개방하고 있었다. 그러나 5개 업체 모두 처음부터 자사 무선 포털을 거치지 않고 다른 인터넷 사이트를 시작페이지로 설정하는 기능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무선망 개방의 요인들 가운데 파격적인 정액제, WAP 게이트웨이 등 상당수의 항목에서 우리나라의 개방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더딘 개방은 모바일 인터넷 시장 정체로=지난 4월, SK텔레콤이 발표한 지난해 데이터 매출은 2조8000억원 수준이다. 2006년 대비 소폭 늘기는 했지만 음성통화 정체를 커버할 만한 성장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매출 가운데 SMS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가량이기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실제 데이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못 미친다. 게다가 가입자당 데이터 매출은 아예 전년 대비 4%나 감소했다. 이유를 모두 무선망 개방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네이트 중심의 폐쇄적이고, 비경쟁적인 시장 구조가 블로그, SNS 등 화려한 유선에 익숙한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이에 비해 보다폰은 가입자당 매출(ARPU) 가운데 인터넷을 포함한 데이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SMS 제외)이 2006년 2분기 20.9%에서 올 1분기 28.4%까지 높아졌다.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NTT도코모 역시 데이터 매출 부문을 25% 안팎까지 올려놓았다. 일본 미디어종합연구소의 고이치 도구치 선임연구원은 “사실 처음에는 NTT도코모의 i모드가 성공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그러나 무선망을 개방하고 CP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콘텐츠 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도코모의 데이터 매출도 따라서 커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모바일 인터넷 활용률만 봐도 심각한 상황이 드러난다. 일본의 87%보다 한참 떨어지는 46%다. 더욱이 2004년 40.2%에서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 정부는 모바일 인터넷 활용률을 2012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요원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전체 외부 CP 수는 300개가 채 안 된다.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일본 CP 수 10만개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아직 희망은 있다. 최근 발간된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07년 무선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 향후 1년 이내 무선 인터넷을 새롭게 이용할 의향이 있는 사용자는 34.1%로 나타났다. 이 중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이용 의향이 58.2%로 가장 높았다. 아직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휴대폰이라는 단말기가 갖고 있는 친근함, 접근성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시장 잠재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3G 서비스 가입자 확대 △LG텔레콤 등 파격적인 정액제 출시 △풀브라우징 서비스 개시 등이 시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리서치가 지난 5월 풀브라우징 서비스 이용 의향이 있는 휴대폰 이용자 3만29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가 넘는 1만8024명이 1만원 미만의 정액 요금이면 가입하겠다고 답했다. 유럽은 보다폰·O2·오렌지·T모바일 등 굵직굵직한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2∼3년 새 매달 5∼7.5파운드만 내면 모바일 인터넷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시장이 크게 활성화했다.

 관건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다. 1위 사업자가 소극적인 나라는 모바일 인터넷 시장이 활성화되기 힘들다. SK텔레콤도 점진적인 개방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다. 최근 일부 3G 단말기에서 지원하는 오픈넷 전략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시장 요구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부에서 열어달라는 요구에 조금씩 문호를 여는 점진적, 소극적인 개방이 아니라 최적의 경쟁구도를 통해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전략적이고, 적극적인 개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수기자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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