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국제액정학술대회 성공리에 개최한 이신두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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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은 LCD 산업의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원천 기술이 특히 취약했던 당시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학계는 똘똘 뭉쳐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불과 20년도 채 안돼 지금 우리나라가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격세지감이 이런 걸 두고 말하는가 싶고, 그때를 생각하면 언제나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지난 4일 막을 내린 ‘제22회 국제액정학술대회’ 행사장에서 대회장을 맡은 이신두(51) 서울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산파이자 액정 물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다. 미국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벨 통신연구소에서 5년간 근무한뒤, 지난 1992년 귀국해 당시 이름조차 생소하던 LCD 액정 연구의 기초를 닦았다. 세계 권위의 액정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뤄낼 수 있었던 것도 그이기에 가능했다.

 이 교수는 “지난 십수년간 원천기술도 없이 전혀 새로운 장치(LCD)산업을 세계 일류로 키워온 데는 산학관 모두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면서 “과거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더 큰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차세대 나노·바이오 융복합 기술을 준비하는데 국가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액정학술대회가 갖는 의미도 이런 점에서 각별하다.

 액정 기술은 최근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디스플레이 등 정보전자 소재를 넘어 나노·바이오 등 미래 융복합 기술을 주도할 학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한 미국 콜로라도대 노엘 클라크 교수나 하버드대 데이빗 와이츠 교수, 영국 요크대 존 굿비 교수 등은 액정 기술을 토대로 나노·바이오 분야로 응용 분야를 넓히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들. 학문적으로 오랜 친분을 쌓았던 덕분에 이들은 이 교수의 초청에 흔쾌히 화답했다. 이 교수는 “핵심 기초기술에 관한한 아직도 우리는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보다 앞서있는 해외 학계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학계나 업계의 연구 저변을 확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가 특히 기초 기술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나라 LCD 산업의 성공신화를 처음부터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삼성과 LG가 조기 양산투자를 통해 LCD 패널 시장을 선점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워낙 원천기술이 일천한 탓에 결국 핵심 부품과 소재, 장비는 대부분 해외 업체들에 내줬다는 아쉬움이다. 그는 “양산 경쟁력으로 잠깐 돈을 번다 치더라도 결국 기초 기술이 없으면 산업경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나 나노·바이오 등의 미래 성장동력은 대기업과 부품·소재 산업이 ‘시스템’을 이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주=서한기자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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