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충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유독 관심을 끌고 있는 펀드가 있다. 바로 상품펀드다. 상품펀드에 투자하면 순수하게 상품 가격 상승의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는 주식이나 채권에만 투자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상품펀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일 것이다.
흔히 상품펀드는 실제 상품을 지수화한 파생상품 지수에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 여기서 상품(commodity)은 원유, 고무, 구리, 금, 옥수수, 밀, 설탕, 니켈 등 에너지나 천연자원, 농산물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라 보면 된다.
상품펀드는 원유나 농산물을 직접 사고 팔지는 않는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상품 지수인 RICI(짐로저스 상품지수)나 CRB(로이터 상품조사국 지수) 등을 추종하여 상품 선물에 투자한다. RICI는 상품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짐 로저스가 발표한 지수로서 총 36개 상품을 가중평균했는데 주로 에너지와 곡물의 편입 비중이 높다. 그에 비해 CRB는 총 19개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에너지와 기호식품(커피, 코코아 등)의 비중이 높다. 각각의 상품 지수가 구성하는 종목의 비중이 다르다 보니 해당 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냐에 따라 투자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상품펀드에 투자할 때는 어떤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인지, 종목별 편입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품펀드는 상품 가격의 상승이 바로 지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주식의 흐름과 상품 가격은 상반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식형 펀드의 하락위험을 분산하고 싶을 때 투자하면 좋다.
상품지수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형 외에 상품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도 있다. 주식형의 경우 해당 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상품 가격 상승 자체가 기업 실적에 반영되기엔 다소 시차가 있고 주식장이 하락세일 경우 해당 기업 주가도 상승세를 타기 어렵다.
상품펀드에 투자할 때는 주식, 채권 시장에 대한 대안 투자 중 하나의 성격 정도로 생각하는 게 좋겠다.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해서 예측이 쉽지 않고 가격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경우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
따라서 물가 상승기에 상품펀드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싶다면 포트폴리오에 10∼20% 내외로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품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고려하고 있다면 단기적인 매매차익이나 분산투자 효과를 노리기 보다는 해당 산업에 대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겠다.
-이재호 미래에셋증권 자산운용컨설팅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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