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스티브 잡스, 라이벌의 험담 전쟁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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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지난 달 27일 은퇴를 선언했다. 19살 MS를 창업한 컴퓨터 황제는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난 33년을 눈물로 회고했다. 그는 스스로 “나의 예측은 많이 틀렸고 실수도 참 많았다”고 자평하고 “주변의 혹평이 MS를 발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히 컴퓨터 황제에게 혹평을 가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역시 그의 맞수는 애플의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이다. 두 창립자의 인생 역정은 “왜 주유를 세상에 놓고 공명도 놓으셨습니까”란 한탄이 실감나게 한다. 포천은 당대 라이벌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빌게이츠가 벌인 신경전과 험담을 ‘30년 전쟁’이란 제목으로 정리했다.

◇시대의 아이콘 잡스가 황제에게= 1989년 7월 컴퓨터 시스템 뉴스와 인터뷰에서 잡스는 “MS는 우리의 성공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우리를 돕지 않을 것이다”라며 두 회사가 앙숙 관계임을 명확히 했다. 1993년 5월 월스트리트와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경영 철학을 빌게이츠와 비교하며 “무덤 속의 부자는 나에게 전혀 의미가 없다. 나는 무덤이 아니라 침대에 누우며 오늘도 멋진 하루를 살았다고 얘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덤 속의 부자로 비유했던 빌게이츠는 기부를 통해 ‘무덤 속의 부자’가 아닌 ‘살아 있는 부자’로 평가받고 있다.

MS와 애플은 희비의 쌍곡선을 그렸지만 잡스는 일관되게 주장했다. “MS는 아니라고”.

잡스는 1997년 애플의 복귀를 앞두고 1996년 6월 ‘광들의 승리(Triumph of the Nerds)’라는 PBS의 유명한 방송에 출연해 ‘윈도 95’의 성공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MS는 색깔이 없다. 진짜 색깔이 전혀 없다. 나는 미치고 있다. 그들이 성공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3류 제품을 사람들이 산다는 것에 대해 난 화가 난다”며 적대적인 감정을 솔직히 드러냈다.

10년 후 아이팟의 성공으로 고무된 잡스는 2006년 8월 월드와이드개발자 회의에 참여 “레드몬드(MS 본사가 위치한 도시)에 있는 친구들은 50억 달러를 R&D 비용으로 쓰지만 구글과 애플을 베끼기에 바쁘다. 이건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최고의 예”라며 강산이 변해도 일관된 입장을 고수한다.

◇컴퓨터 황제 빌게이츠가 시대의 아이콘에게= 빌게이츠는 고집이 센 잡스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1985년 10월 시애틀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애플의 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애플 사람들은 힘들어 한다. 애플의 규모로 보면 이런 협업이 꽤 중요한데 그 분야에 대해서는 스티브 보단 내가 조금 낫다”고 말했다.

애플의 상품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85년 애플을 나온 잡스는 ‘넥스트스텝’이란 독특한 운영체제(OS)에 플로피디스크가 아닌 광자기드라이브를 장착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회생의 가망성을 보이던 이 때 1989년 11월 ‘넥스트(NeXT) 컴퓨터’에 대해 빌 게이츠는 “이 컴퓨터가 성공하면 난 혼란스러워 질 것”이라고 깍아 내렸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별로 혼란스럽지 않아도 됐다. 이 PC는 언론의 주목은 받았지만 엄청나게 비싼 가격 때문에 거의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97년 애플에 복귀한 잡스가 2000년대 아이팟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05년 12월 빌 게이츠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제품이 좋긴 하지만 아이팟의 성공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음악 감상에 있어서 최적의 기기는 분명 휴대폰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다음해 9월 MS는 MP3P ‘준(Zune)’을 출시했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반면 2007년 애플은 아이폰으로 빌게이츠의 말이 맞았음을 증명했다.

이동인기자 di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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