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속되면서 ‘기업내 무역(Intrafirm Trade)’이 쑥쑥 크고 있다.
국가간 무역이 전부인 것 같지만, 기업내 무역도 이제는 국가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자리잡았다.
30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내 수출·입은 사실상 처음 집계된 지난 2006년 기준 590억달러 흑자로, 같은기간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 규모인 161억달러를 3배 이상 앞질렀다.
한국에 있는 우리 기업이 외국 현지에 투자해 설립한 현지 법인으로 수출하는 이른바 기업내 수출 규모는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2000년 333억달러 불과했던 기업내 수출액은 2006년 981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외국 현지법인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부품·반제품의 규모를 나타내는 기업내 수입도 같은 기간 125억달러에서 391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다만, 우리 기업의 외국 현지법인이 생태계상 현지화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쳐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6년 우리 기업 외국 현지법인의 현지 판매 비중은 54.7%에 머물렀다. 2005년 기준 미국과 일본의 현지 판매비중이 각각 61.0%와 59.2%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반대로 모기업이 위치한 모국 향 수출 비중은 높아, 여전히 한국 모기업에 대한 사업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같은 기간 한국의 모국 수출비중은 15.9%였던데 반해 미국과 일본은 각각 10.8%, 12.4%로 낮았다.
품목별로는 역시 우리의 수출 주력품목인 전기·전자제품의 기업내 수출 비중이 높아 국가 수출동력의 입지를 분명케했다. 한국에서 소재·부품·회로 등을 많이 현지법인으로 가져가 완제품 형태로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10대 주력품목 중 전기·전자제품의 기업내 수출 비중은 50.9%로 가장 높았다.
하병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관세의 경우 해외법인에서 가공되어 수입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무관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 급증 국가와의 통상협력에서 일반적인 투자환경뿐만이 아니라 제3국 시장 환경과 중간재 구입 환경 및 인프라 등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진호기자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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