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글로벌 시대 한국IT ’나만의 비법’을 찾자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의 성공적인 한국 시장 진출을 도와온 지 어느덧 1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해외 IT 기업의 선진적인 기업문화에 감탄한 적도 많았고 자고 일어나면 눈부시게 성장하는 한국 IT 산업의 발전 속도에 관련 업계 종사자 중 한 사람으로 감격을 느낄 때도 있었다.

 처음 홍보를 시작하던 때에 비하면, 지난 10년간 한국 IT 산업은 ‘괄목상대’ 정도가 아니라 ‘봉사’의 눈을 뜨게 할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삼성전자는 1년 6개월마다 반도체 칩의 저장 용량이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깨고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2배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2000년 이래 8년째 실현해 오고 있다. 지난 9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DMA 휴대폰 통신은 2002년 3G 서비스인 EVDO 론칭에 이어 영상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고 있다.

 인터넷 분야 발전은 더욱 눈부시다. 지난 94년 국내 최초의 상용 인터넷 서비스가 나온 지 13년 만인 지난해, 한국은 바야흐로 65%라는 놀라운 보급률로 전 세계 인터넷 보급 국가 1위의 영예를 차지했다. 지난 98년, 두루넷이 한국 최초의 인터넷 회선 서비스를 제공한 지 딱 9년 만의 일이다.

 이런 뛰어난 IT 인프라 발전 속도를 기반으로 이제 한국 IT 산업은 세계 IT 산업의 단순한 시장 혹은 시험장 역할을 넘어서 본격적인 ‘상생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전까지는 해외 우수 IT 제품을 팔아 주고 시험해 보는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 국내 우수 IT 기업이 해외 IT 기업과 손잡고 해외 시장 공략을 함께 모색해 보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국내 대표 내비게이션 기업인 K사는 세계적인 디지털맵 데이터 전문기업인 텔레아틀라스와 손잡고 유럽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보안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이데토도 자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셋톱박스 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돕고 있다.

 최근 세계주파수회의에서 표준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안은 바 있는 국내 개발무선 표준인 와이브로는 구글·컴캐스트·스프린트넥스텔·인텔·타임워너 케이블 등 세계 굴지의 IT와 미디어 기업들이 컴퓨터와 TV, 휴대폰 등 각종 전자정보기술 장비를 연결할 수 있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무선인터넷 네트워크의 기반 기술로 채택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IT 분야에서 한국 기술과 표준이 세계 시장의 글로벌 기업과 쟁패를 다투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우수한 기술과 서비스는 이를 풍족하게 느끼고 써 보는 문화에서 나온다. 짧은 기간, 한국은 수많은 얼리어답터들과 이에 필적하는 일반인의 열정으로 우리의 차세대 먹을거리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보다 맛있게 이를 요리할 ‘나만의 비법’을 세계 시장에 당당히 선보일 차례다.

 세계 시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열등감을 뒤로 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표준에 대한 유연함과 정확하고 세부적인 공략 대상 선정 그리고 현지 비즈니스 론칭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기업 및 제품 홍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벤처를 비롯한 국내 IT 기업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마케팅의 관행을 그대로 적용하려다 낭패를 겪은 사례를 수없이 보아 왔다.

 세계 IT 업계에서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는 국내 IT 업계의 상황을 역이용해 모바일·초고속인터넷·웹 애플리케이션·게임 분야 등에서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에서 다른 나라 기업보다 기술 면에서 높은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일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과 나란히 경쟁하면서 세계 IT 시장을 이끌어가는 모습, 그 ‘IT 한류’의 바다에 힘찬 순풍이 될 IT 마케팅의 한 장을 펼쳐 보이기를 업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배병관 호프만에이전시코리아 사장(bbae@hoffm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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