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주간사, 얼어붙은 IPO시장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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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시장이 계속 약세를 보임에 따라 공모주 시장에도 거센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다 최근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은 기대보다 훨씬 낮아진 공모가 때문에 울상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애초에 예상했던 자금보다 훨씬 적은 규모의 자본 밖에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IPO 담당자들도 꽁꽁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이 반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예비 상장기업, 울며 겨자먹기=상장을 앞둔 전자부품 관련 모 기업은 지난해 주간사 선정 때 증권사로부터 주당 공모가 2만원을 제안받았다. 그러나 막상 올해 상장하려고 공모가를 산정하니 주당 1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불과 1년 사이 공모가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상장을 앞둔 기업의 한 CEO는 “IPO를 준비할 정도의 회사면 현금흐름이 좋아 공모한 자본 규모가 생각보다 작아도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러나 속내는 달랐다. 그는 “공모가가 생각보다 낮아 회사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그렇다고 계획대로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에게 회사사정이 좋지 않다는 오해를 줄 수 있어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장기적 이익 훼손, 주간사 리스크 높아져=IPO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당장 증권사들의 관련 수익은 안정적이다. 기업의 공모자금 규모에 상관없이 증권사들은 최소금액 약정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IPO를 준비하던 기업들이 안 좋은 시장 상황 때문에 상장을 미루거나 아예 무기한 연기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증권사들의 IPO 관련 수익은 주간사 계약 체결 1∼2년 후에 발생하는데 지금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머지 않은 미래에 수익성 악화가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는 것이다.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장 주간사들의 리스크도 높아졌다.

지난주에는 교육 관련주인 ‘비유와상징’이 최종 청약경쟁률 0.67대1로 미달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회사의 주간사를 맡은 현대증권은 최소 39억원 가량을 들여 미달된 공모주 11만7280주를 인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최대주주와 동일한 6개월간 보호예수 기간이 적용돼 주가 하락시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에는 신규 상장 예정기업이 11개나 되고, 롯데건설·동양생명 등 대어급 기업들이 하반기 잇따라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어 IPO시장의 공급과잉 우려도 커지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IPO시장이 더 악화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