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윈도XP, 대책이 없다] (하)‘프리 OS’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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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도XP 공급 중단에 따른 파장이 커진 데는 XP 후속 모델인 ‘윈도 비스타’ 가 시장에 제대로 연착륙하지 못한 점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문제 해결의 해법도 윈도 비스타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비스타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윈도 운용체계(OS)에서 보안성을 강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용 편의성에서는 여전히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과거 새로운 OS가 출현했을 때 PC시장에 활력소를 제공했던 분위기와 ‘180도’로 다르다. 당연히 비스타 판매도 신통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분기(2008년 1∼3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1억4000만개 비스타 라이선스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계산해 전체 시장의 20%에 그친 성적표다. 이마저도 대부분 HP·델과 같은 대형 PC공급업체에 기본 탑재해 소비자 시장에서 판매한 수량이다. 기업 시장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PC방 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깔린 PC방 가운데 샘플로 선정한 7455개 PC OS를 조사한 결과 윈도 비스타를 사용하는 PC는 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에 ‘윈도XP 홈’과 ‘XP 프로’ 등 XP 계열이 98%에 달했다. 그만큼 비스타가 시장을 파고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MS는 이를 ‘과도기’라고 위안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먼저 PC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새로운 OS가 등장할 때마다 든든한 ‘후원군’이었던 PC업체가 ‘반기’를 들 조짐이다. 이들 업체는 윈도를 기본으로 탑재하던 데서 OS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맡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프리 OS’ 정책으로 OS를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OS 없는 PC는 불법 복제를 조장한다는 분위기에 밀려 금기시해 왔다. 결국 윈도XP와 관련해 MS가 미온적으로 나오자 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크게 작용한 셈이다. 이미 삼보컴퓨터는 OS를 뺀 PC를 대리점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김종서 삼보컴퓨터 사장은 “아직 시장 반응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는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도 OS를 뺀 PC 판매를 XP 단종 이 후에 새 판매 전략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기본 윈도 탑재가 아닌 윈도, 리눅스 아니면 애플 OS 등 구분을 두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윈도 비스타를 잇는 ‘윈도7’ 소식이다. 윈도7은 윈도XP 단종 이 후 갈 길 바쁜 비스타 입지를 더욱 좁게 하고 있다. 이미 MS는 잠정적으로 윈도7 출시 시점을 2010년 초로 확정해 놓았다. 이르면 1년 6개월 후에 새로운 OS가 나오는 상황을 감안하면 소비자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비스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윈도7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델과 같은 PC업체는 기업용 PC는 윈도 XP에서 윈도 비스타를 거치지 않고 윈도7으로 건너뛰겠다는 전략을 내비치고 있다. ‘프리OS’와 ‘윈도7’ 모두 ‘비스타’에 힘을 실어 줘야 할 MS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시장의 칼자루를 쥔 MS의 전략적인 판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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