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억만장자 카를로스 슬림(68) 카르소 글로벌 텔레콤 회장이 또 일을 냈다.
이번에는 그룹의 모체가 되는 텔멕스를 주요 국가별로 쪼개 ‘텔멕스 인터내쇼널’이라는 거대 통신 회사를 또하나 만들었다. 지난 2001년 텔멕스의 이동통신사업을 분사해 설립한 아메리카모빌이 오늘날 그를 세계 두번째의 갑부로 만든 성공 신화를 다시 재현하겠다는 의지다.
◇산뜻한 출발=슬림이 이번에 설립한 ‘텔멕스 인터내쇼널’은 비교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남미 국가들의 사업을 모아 만들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콜럼비아·에쿠아도르·페루 등이 속한다. 특히 케이블방송과 초고속인터넷 등 보급이 확산중인 서비스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나머지 국가의 서비스와 유선 전화사업은 기존 텔멕스에 남겨두기로 했다. 결국 상대적 성장 가능성 높은 사업을 모아 새 회사를 만든 것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각) 뉴욕과 멕시코 증시에 동시 상장된 텔멕스 인터내쇼널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좋았다. 첫날 이 회사의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17달러까지 치솟았고 멕시코증시에서는 주당 8.9페소에 마감했다. 반면 모회사인 텔멕스는 전날보다 3.49% 떨어진 주당 12.7페소에 거래를 마쳤다.
◇중남미 통신시장 새판 짠다=슬림은 텔멕스 인터내쇼널을 통한 새로운 구상을 실천에 옮길 예정이다. 브라질 등 성장속도가 빠른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덩치를 더 키울 수 있도록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와이맥스 같은 광대역 서비스를 도입하는 한편, 케이블방송과 인터넷 등을 엮은 트리플서비스(TPS) 등도 도입할 계획이다. 텔멕스·텔멕스인터내쇼널·아메리카 모빌 등을 주축으로 신규 투자와 융합 서비스를 본격화해 가입자를 4억명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재 아메리카모빌이 18개국에서 1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것과 비교한다면 더 큰 잠재력이 있다는 게 슬림의 판단이다.
증시 투자자들은 슬림이 이를 통해 시가총액 160억달러에 달하는 회사를 또하나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도 내놓았다. 이같은 꿈이 실현되면 그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셔웨이 회장(620억달러)을 제치고 7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재산으로 세계 최대의 갑부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독점 규제가 관건=문제는 규제. 텔멕스가 멕시코 유선시장의 90%, 아메리카모바일의 멕시코 자회사 텔셀이 현지 이통시장의 80%를 거머쥐면서 ‘독점 기업’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 이같은 세 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멕시코에서야 그의 회사가 국민총생산(GDP)의 7%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의 규제쯤이야 감당할 수 있을 지 몰라도 각 국이 기간통신산업에 대한 규제권을 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확장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첫 상장 당시 3.45페소에 머물렀던 아메리카 모빌의 주가를 28.85페소로 올리면서 시가총액 955억달러의 회사로 키워냈던 그가 정체된 유선통신시장에서 새 금맥을 캐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렸다.
정지연기자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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