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출연연의 역할 명확히 하자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두고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에 대한 정책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출연연 연구자단체인 연구발전협회의 조성재 회장은 “변화를 추진하기 전에 국가가 과학기술 연구개발로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 그를 위해 출연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깊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출연연 연구원들의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연연 역사를 돌아보면 의미 있는 지적이다. 지난 1969년 KIST가 홍릉에서 준공식을 가진 것을 시발로 70년대 표준연구소 등을 거쳐 근 40년간 이어온 출연연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역할과 기능이 도마에 올라 홍역을 치러왔다. 실제로 제5공화국 초기에도 전면적 통·폐합이 단행됐고, 김영삼 정권 때는 현재 말이 많은 PBS(Project Based System)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가 연구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 주었는지에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PBS만 해도 그렇다. PBS 시행으로 출연연들은 연구개발에 필요한 직접 비용뿐 아니라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의 상당 부분까지도 프로젝트 수주로 해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 연구개발이라는 출연연의 정체성은 흔들리고 거의 비슷한 연구 주제를 놓고 대학과 기업이 경쟁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되고 있다. 출연연 개선이 첨단과학기술 조기 확보 등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향상보다는 ‘변화를 위한 변화’와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에 그친 면이 큰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출연연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놔야 한다.

 출연연의 역할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 없이 국가만 감당할 수 있는 기초연구와 거대 과학 프로젝트, 그리고 엄청난 자금과 리스크 때문에 민간이 하기 어려운 연구 주제에 천착하는 것이다. 연구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산·연합동 연구 수행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출연연도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해야 하고 변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 최고 연구기관으로서 기업과 대학이 수행하지 못하는 원천, 대형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은 시대를 초월한 변함없는 고유 목적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출연연을 세계 일류기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PBS 개선 등 새로운 연구환경 조성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출연연 통폐합설 등 잇따른 과기정책이 일방적으로 흐르면서 많은 과기인이 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지적된 것처럼 정부는 먼저 출연연의 역할과 목표를 명확히 정립하고 아울러 공정한 예산 및 평가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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