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아시아 시장서 IB 금맥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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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서부시대 금맥을 찾기 위한 ‘골드러시’ 붐처럼 국내 증권사도 해외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굿모닝신한·한국투자증권·대우증권 등은 금융 환경의 변화와 경쟁의 가속화로 한정된 브로커리지 수입에만 매달리다가는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글로벌 투자금융(IB)사가 몰려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IB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처럼 예상치 못한 리스크도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블루오션’을 찾아라=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동·서남아시아, 독립국가연합(CIS) 등 아시아 시장에 편중돼 있다. 글로벌 IB들이 진출하지 않은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서다. 해외 IB투자는 초기 시장을 선점하고 신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IB들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이들 국가의 성장 잠재력은 상당하지만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글로벌 IB들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상태.

 굿모닝신한증권은 지난해 4월 6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투자를 통해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증권도 지난해말 카자흐스탄의 증권·자산운용 회사인 SRC(Seven Rivers Capital)에 지분 50%를 투자했다. 카자흐스탄 투자를 통해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치명적 매력을 지닌 중국시장=중국 시장은 글로벌 IB들이 이미 진출해 있어 블루오션은 아니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중국 시장은 우리와 문화적·지리적으로 친밀해 글로벌 IB와 충분히 경쟁해 볼 만하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중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 확대 정책에 따른 외국인 적격 기관투자자(QFII)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 중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공상은행의 IPO를 담당한 신은만국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IB, 주식중개, 리서치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도 중국 진출에 적극적이다. 국민은행도 광저우 사무소를 지난해 7월 지점으로 승격시켰고, 올해는 중국 쑤저우와 하얼빈에도 지점을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엄상용 현대증권 해외사업부장은 “아직은 미진하지만 중국시장에서 조금씩 수익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이 중국 내 직접투자 비율을 점점 늘리는 추세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숙제=국내 금융사들의 해외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리스크 관리 부실에 대한 문제들도 부각되고 있다. 특정 시장에 투자를 ‘올인’해 큰 손실을 입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베트남시장 투자로 큰 수익을 남겼지만, 올해 베트남 증시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반토막이 난 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도 지난해말 중국시장에 과잉 투자해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점증되고 있다. 또 금융당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과 투자 확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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