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생 요인에 의해 경제가 힘들어질 때, 우리가 기대할 곳은 기술 밖에 없습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돌파하지 않으면 해결책이 없습니다. 이런 국가적 소명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출발합니다.”
국가 산업기술 개발의 관제탑 격인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을 이끌게 된 신임 이계형 원장(54)은 우리나라가 가진 기술, 연구개발(R&D) 능력이 곧 위기 탈출의 에너지라고 단언했다. 위기가 곧 기회로 연결되듯,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착실히 전진하면 환경적 난제들은 쉽게 풀린다는 논지다.
“세계와 시장은 보다 좋은 도구(툴)를 가진 기업이나 사람이 그렇지 못한 쪽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산업기술 개발, 원천기술 R&D도 누가 보다 나은 시스템과 제도를 가졌느냐의 전쟁시대입니다. 시스템과 제도를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내부에 분산돼 있는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원장은 기술 개발 목표와 방향에 있어서는 ‘시장 요구’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R&D 투자 및 예산 집행이 기술적 요구(Technology Push)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시장과 수요기업이 요구하는(Market Pull) 쪽으로 선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시장의 빠른 변화를 반영한 기술과 제품을 만들 수 있고 그것으로 시장을 뚫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가 기술개발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기술개발의 속도가 눈부시게 빨라지고 있는 만큼, 타이밍(시간문제)은 이제 기술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됐습니다. 평가는 엄정하고, 신뢰성 있게 진행하되 그 절차와 소요 시간이 기술개발의 가치를 갉아먹어서는 안됩니다. 각종 심사 통보· 협약 등을 온라인화 함으로써 기술개발 관리에 들어가는 물리적인 시간을 대폭 줄여나가겠습니다.”
이 원장은 산업기술평가원 내부 업무 및 조직 혁신에 대해서도 ‘ITEP 웨이’를 언급하며 확고한 복안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산기평이 출발 때부터 지금까지 추구해온 ‘밝은 미래(Bright Future)’ 실현의 고삐를 더 바짝 죈다는 방침이다.
“얼마나 열정을 갖고 일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됩니다. 지난 3대에 걸쳐 쌓아온 역량과 열정을 본다면 못 이룰 일이 없다고 확신합니다. 융복합이라는 시대 코드에 맞게 내부 역량을 하나로 융합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이진호기자 jholee@, 사진=윤성혁기자 sh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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