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4일 국가 유공자 표창 등 청와대 경내에서 벌어지는 내부 행사와 확대 비서관회의 이외에 나흘째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침묵 속에 빠졌다. 취임 이후 외부행사를 이처럼 자제하기는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9일로 예정됐던 ‘국민과의 대화’도 연기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4일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과의 대화를 취임 100일인 3일로 잡았다가 18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밝히고 이해를 구한 뒤 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9일로 연기했던 것”이라면서 “현재 국회 개원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과의 대화’는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방송을 통해 각계 각층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기획됐으나, 4일 실시된 보궐선거와 국회 개원 등의 일정, 국정쇄신안 발표 등과 맞물려 9일로 늦춰진 바 있다. 이 대변인은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국민과의 대화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침묵이 계속되자 청와대 안팎에는 국정 쇄신책의 폭에 대해 추측이 난무했다. 경질 대상자로 지목됐던 정운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경제수석 외에도 한승수 국무총리, 류우익 대통령실장 경질설 마저 나오는 등 사실상 내각 총사퇴 수준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소문이 돌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4일 국정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인적 쇄신과 관련해 “인책이 없다는 것은 아니나 일괄 사의 표명이라든가 조각 수준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서둘러 진화했다.
이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쉽게 바꾸고 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서울 시장 재직시 교통체계 개편 때 책임자 사퇴론이 불거졌을 때도 안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적 쇄신은 맨 마지막 단계”라며, “인사권자의 뜻으로 우리로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적쇄신을 마냥 늦출 수 없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한나라당 소장파와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도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 개원 이후로 책임자 문책을 늦출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칫하면 촛불 시위에 이어 6·10일 항쟁 기념 집회, 하반기 노동계 대투쟁 등으로 이어질 경우 인적 쇄신의 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9일 발표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고유가 및 물가 대책 등의 민심수습책과 관련해 “이번주 안에 기획재정부에서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김상룡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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