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보급 촉진을 위해 지난달 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할로겐 대체용 LED 조명의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가 도입 초기부터 삐그덕거리고 있다. 정부 시책에 맞춰 성급하게 제도를 마련하느라 LED 광원 조명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기존 할로겐 조명의 인증 기준을 그대로 옮겨와 현실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증제도 도입을 기다려왔던 업계도 두 달이 다 되도록 인증을 통과한 회사가 단 한 곳도 없다. 상당수 LED 조명업체들은 인증 신청을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관리공단(에관공)은 지난달 초 고효율기자재로 지정된 LED 조명에 한해 공공기관 의무사용·세액공제·자금융자 등의 혜택을 주기로 하고 인증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에관공이 종전 할로겐 조명 인증에 적용한 평가항목들을 그대로 원용함으로써, LED 광원의 특성과는 워낙 동떨어져 시행 두 달도 채 안 돼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평가항목이 온도 기준이다. 에관공이 제시한 ‘온도상승’ 규격 항목은 주위 온도 25℃ 기준 LED 조명 발광면 부분은 60℃, 몸체는 70℃ 이하로 각각 규정한다. 업계는 발열양이 많은 LED 조명 특성상 이런 조건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우리보다 환경규제가 까다로운 미국만 해도 전기·전자제품 안전인증 기관인 ‘UL’의 LED 조명 구동온도 기준값은 100℃로, 우리보다 30∼40℃씩 높다.
내구성 시험 기준도 문제다. 해당 기준 중 하나인 작동시험 항목에는 주위 온도 80±2℃에서 LED 조명이 360시간 동안 정상 작동하도록 규정했다. 업계는 이 같은 주위 온도 기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LED 조명에 내장된 구동 칩의 내열 한계가 대부분 125℃ 이하인데 주변 온도가 80±2℃이면 조명 내부 온도를 45±2℃ 정도까지 극한 수준으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전원장치에 공급되는 전체 전력 가운데 실제로 활용되는 전력 사용 비율을 나타내는 역률도 실정에 맞지 않다. 국내 조명업계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는 역률 한계는 최대 0.8 수준이다. 에관공이 제시한 기준은 이를 크게 상회하는 0.9다. 미국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인 ‘에너지스타’ 기준도 주거용이 0.7, 상업용이 0.9 정도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 역률 기준으로 시제품은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양산하기 어렵다”며 “고효율기자재인증신청서를 내 놓고도 시험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밝혔다.
제도 시행 주체인 에관공으로부터 용역받아 이번 규격을 제정한 한국조명기술연구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 연구소측은 “첫 시행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많았다”면서 “현행 기준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업계 여론을 수렴해 인증 항목을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현기자 ahngi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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