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기업들은 경쟁이 심화되고 불확실한 환경에 직면해 점점 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자리에서 맴돌거나 턱없이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기업에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기업 고유의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버팀목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역량이라는 용어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된 1990년대 이후부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경영 전략의 기본 개념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스스로의 핵심역량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새로운 슬로건과 비전만을 제시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것은 마치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 등의 기본적인 부분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경쟁사를 이겨보겠다는 무모한 자세로 총도 없이 전쟁에 나가는 병사와 다를 바가 없다.
기업 측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내는 일들은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이를 가치라는 것과 연결해 시너지 효과를 유발한다면 그것은 바로 기업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가장 집중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기업 활동을 이루는 가치 사슬(value chain)은 생산, 마케팅, 판매, 서비스와 이를 지원하는 기획 혹은 관리 등이다. 어느 부분이 더 가치 있고 어느 부분이 덜 가치가 있는지는 분야와 상황별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치 사슬의 기저에는 ‘고객’이라는 근원적인 가치가 존재한다.
고객은 기업을 운영하는 자산이다. 기업은 일정한 자본금과 수익으로 영속적인 유지와 발전을 거듭한다. 하지만 기업을 움직이는 핵심역량, 가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시장을 움직이는 고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몇몇 기업이 고객이라는 너무도 중요한 가치의 총합을 무시하고 마치 대량 생산 시대의 일방적인 공급자들이 행해오던 밀어붙이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전개하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S건설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화성 봉담지구에 신규 아파트를 마무리하고 있다. 입주자 동호회 사이트에는 입주일이 가까워지지만(6월 초순∼7월 중순) 기존 모델하우스와 입주 예정인 아파트의 자재들이 육안으로 보기에도 판이하다는 항의성 글이 올라와 있었다. 기존에 약속했던 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입주 전 은행 대출과 등기 업무와 관련해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파트너와 거래를 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동호회장이 더 좋은 조건(이자율과 수수료가 더 낮은)을 제시한 은행과 법무사를 활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회사 담당자는 동호회장에게 욕설을 퍼붓고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고객을 제대로 섬겨도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러나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우리 기업이 고객이라는 끝까지 섬겨야 할 존재를 무서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물론 고객은 언제나 조용하다. 하지만 고객의 들리지 않는 한숨소리에 또 다른 고객은 그 기업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성공과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은 가치 있는 고객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그 가치의 기준은 기업의 일방적인 잣대가 아닌 고객과의 상호 작용에 의한 진정한 잣대가 준비돼야 한다.
전타식 동남보건대학 교수(tsjeon@dongna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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