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의 IT협력 분야가 정작 알맹이는 별로 없는 일반적 내용뿐이어서 실망을 안기고 있다. 사실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 직전 타결된 쇠고기 협상이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이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IT 분야에 큰 성과를 보여주기를 기대했다. 특히 중국은 3세대 이동통신 표준을 비롯, 최근 정부 주도의 대대적인 기업 합종연횡이 시작돼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돼 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양국 정상의 포괄적, 선언적 협력 방침 천명 이후 후속 장관 회담을 거쳐 발표된 내용의 핵심은 SW 공동 개발이다. 그 가운데서도 양국이 공동으로 공개 SW를 개발하는 것이 초점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성과도 인정받을 만하지만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야박하게 평가하자면 한중 공개SW 협력은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길을 닦아 놓은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지난 2003년 제주에서 한·중·일 정통부 장관 회담의 결과물로 ‘동북아 공개 SW활성화 포럼’과 ‘국장급 회의체’가 결성돼 6차 회의까지 이어져 왔다.
새 정부의 첫 한중 정상회담이고, 마침 중국 방송통신 및 IT시장 역시 빅뱅에 돌입했다면 SW는 물론이고 현안인 통신방송 분야의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번 수행단에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방통위원장이 불참하고 IT산업 총괄인 지경부 장관만이 홀로 고군분투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딘지 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지경부는 성장동력실 개편이 늦어지고 실장 인사마저 왔다갔다 했으니 체계적이고 짜임새 있는 준비 작업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 와중에 민간기업인 SK텔레콤이 중국 3세대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선보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현지 통화 시현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블루오션인 u시티 사업까지 챙겼다. 이런 모습은 우리 정부와 민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내 준 것 같아 오히려 씁쓸하기까지 하다.
중국 방송통신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외교는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한중 정상회담의 단골 메뉴였고 우리가 성취한 것도 적지 않았다. 통신과 방송은 표준과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그것은 다시 국가간 힘의 질서를 따른다. 이 때문에 각국이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미국 조차 자신들의 표준과 기술을 수출하고 국제화시킬 수 있다면 정부가 직접 나서는 외교적 압박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판에 우리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고서도 이를 살리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양국 정상회담을 뒷받침한 청와대의 IT 상황인식이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대중국 IT외교에서 통신 방송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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