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0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해 지금은 세계 갑부가 된 워런 버핏은 여전히 고물차를 타고 다니며 중산층이 사는 평범한 동네에서 몇 십년째 살고 있다. 그의 집에 도둑이 들었을 때 우스갯소리로 훔쳐갈 게 뭐 있다고 들어갔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는 남다른 투자법과 경영 철학으로 큰 성공을 일궈냈지만 그 뒤에 숨겨진 성공 전략은 다름아닌 근검절약이다.
지속적인 고유가 시대를 맞아 워런 버핏의 근검절약은 에너지 불감증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 교훈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인구가 28위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량 세계 10위, 석유 소비 6위의 에너지 소비 대국으로 고유가 충격이 다른 나라보다 유달리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요즘의 불안한 국제 유가를 감안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고유가 대응 전략은 에너지 절약뿐이다.
에너지 절약은 두 가지 방향에서 추구된다. 하나는 동일한 결과에 보다 적은 양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일한 양의 에너지로서 보다 큰 결과를 가져오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전자를 ‘최소 비용의 원칙’, 후자를 ‘효율 또는 능률 극대화의 원칙’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절약에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고 기준의 선택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결정되며 또 상황의 성격은 그에 대한 인식에 따라 규정된다. 만약 상황의 성격을 정태적으로 인식하고 따라서 확대 성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현상 유지하는 축소 지향적 성장을 추구하면 절약의 기준으로 최소 비용의 원칙이 채택될 것이다. 반면에 동태적 상황을 가정해 확대 성장을 추구하는 상황 인식에서 에너지 절약은 에너지의 효율 극대화로 달성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에너지 절약에서 효과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방향이 효율 극대화의 원리고 내용과 과정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최소 비용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에너지 절약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줄이며 대가도 확실하다는 점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기도 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에너지 효율적 경제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초고유가 시대의 생존법칙이라고 했다. 기업과 가정 등 모든 단위의 에너지 소비자가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방안을 빠르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결국 에너지 절약에서 관건은 에너지 소비자가 어느 정도 실천해 나가는지 하는 점이다.
따라서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활의식이다. 실제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성을 높여나가는 일은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산업현장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먼저다.
과학이 발달한 선진 사회에서도 에너지에 이것저것 궁리하다 내린 결론은 덜 쓰고 아껴 쓰고 효율적으로 쓰자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 미국 프린스턴대 더페이에스 교수가 제시한 궁극적인 대안은 정육점 주인이 고기를 대하는 자세로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소중하게 아껴 쓰라는 뜻이다.
에너지 절약은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라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 운동은 위기 때만 한시적이며 형식적으로 전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생활 문화 속에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에너지 절약은 가깝게는 현재 당면한 고유가를 극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협약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소다. 디지털 시대에 에너지 절약이 다소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자원 전쟁 속에 에너지는 우리의 생존 수단이자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제 에너지 절약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최근의 고유가를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는 지혜와 노력이 절실하다.
김수영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관 관장 ksy@kem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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