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가 산업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
나노는 물질의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제어와 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기술이다. 따라서 소재는 물론이고 전기·전자를 비롯해 바이오·섬유·화학·환경·에너지 등 전 산업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나노와 IT의 만남은 기존 IT가 구현하지 못하는 새로운 IT소재·부품·시스템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이에 따라 나노 기술은 최근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IT산업에 새로운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과학재단(NSF)은 나노와 IT를 융합한 기술이 향후 모든 정보통신 고기능 소자에 필수 적용되는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저장기술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32㎚급 나노소자를 이용, 64기가급 낸드플래시메모리를 개발했다.
기존 플래시메모리 구조와 달리, 절연막에 분산된 나노점을 플로게이트로 사용하는 ‘나노점 메모리(NFGM)’ 기술도 대표적인 NT와 IT의 융합 모델이다.
지식경제부의 차세대 메모리 사업으로 경북대 등이 나노점을 이용한 플로팅게이트 기초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나노 클러스터 플로팅게이트를 게이트 스택에 이용, 플래시 형태의 비휘발성 메모리 작동을 발표한 바 있다. 작동 전압은 기존 플래시메모리에 비해 10V 낮아졌으며, 프로그램 속도도 100배 이상 향상됐다.
전압에 의해 전기저항이 변하는 성질을 이용한 산화물 소재의 전기저항형 메모리 기술(ReRAM)도 현재의 반도체 메모리 기술을 보완·대체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NiO 박막을 이용한 ReRAM을 개발하고 지난해 256MB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나노는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응용된다. 탄소나노튜브(CNT)의 높은 전계방출 특성과 물리·화학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전자빔을 이용한 음극선 방광의 CNT-FED가 나노 기반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기술로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모토로라는 유리 기판에 CNT를 직접 성장시키는 ‘CNT-캐소드’ 기술을 개발, 5인치 컬러 FED 모듈을 발표했다. 미쓰비시는 CNT 기반의 나노 전자방출원을 이용한 FED 개발을 추진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CNT를 이용한 고휘도 램프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일형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나노 융합기술에 대한 국제특허가 증가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국제특허의 5% 미만”이라며 “기존 NT 개발과 차별화된 서비스 지향의 기술 개발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체소개/제일모직
제일모직은 직물사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케미칼과 첨단 전자재료, 특히 나노분야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의류업체라는 대외 이미지와 달리 제일모직은 현재 반도체회로보호제(EMC), CMP슬러리 등의 소재분야에서 단연 국내 1위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LCD TV용 확산판과 연성회로기판 소재인 연성동박 적층필름(FCCL) 등 신규 품목의 사업화를 속속 이뤄냈다.
특히 나노는 이 회사의 4대 핵심분야 중 하나로 관련 기술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제일모직은 이미 ‘나노복합체 및 이를 이용한 열가소성 나노복합재 수지 조성물’을 비롯해 ‘탄소나노튜브(CNT) 복합체 조성물 및 이를 이용한 투명 전도성 필름’ ‘탄소 나노튜브를 이용한 전자파 차폐용 조성물’ 등 나노 관련 특허 출원을 20여건 해놓은 상태다.
이 회사는 또 고분자 관련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원 등과 협력하고 있으며 향후 CNT 기반의 투명전극필름 등도 생산할 계획이다.
최근 제일모직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나노종합팹센터와 연구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본격적인 나노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센터는 제일모직 구미공장에서 생산하는 CMP슬러리를 공급받아 안정적인 개발과 각종 실험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 역시 나노종합팹센터와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연구기자재 공동이용과 개발인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은 “이들 인력을 중심으로 현재 CNT에 폴리카보네이트(PC)를 결합, 기존 플라스틱 성형물보다 강도를 높인 고강도복합재를 연구하고 있다”며 “이는 휴대폰 케이스를 중심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전기 전도성을 갖는 플라스틱 등의 개발에도 나노물질이 이용될 것이라고 제 사장은 덧붙였다.
류경동기자 ninano@
◆기고-김종대 NT융합부품연구부장
최근 수십 나노미터(㎚) 선폭의 반도체 메모리 개발 소식이나 은나노 세탁기와 같은 나노기술(NT)이 적용된 제품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나노는 10억분의 1을 의미하며 1㎚는 머리카락 굵기의 5만분의 1의 크기다.
이러한 나노기술이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인지기술(CT) 등과 융합됐을 때, 기존기술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며 물질의 근본원리를 이해하고 조작해 전혀 상상 못했던 새로운 IT 제품과 서비스의 발굴이 가능하다.
특히 NT는 IT를 크게 변화시키며, 따라서 IT·NT 융합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미 반도체 소자의 선폭이 수십㎚에 도달해 프로세서 및 메모리의 고집적화가 실현됐으며, 향후 테라비트급 메모리, 초당 수백기가급의 정보처리 프로세서, 초절전형 신개념의 전자부품 구현이 가능하며, 그 산업적 파급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소자, 휴대단말, 컴퓨터 등 IT기기는 유비쿼터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초소형·저전력·고성능 구현이 다른 어떤 분야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소재나 구조 차원에서 획기적인 성능을 갖는 나노소재 및 소자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기존 성능의 10∼100배 이상을 구현해 서비스를 크게 개선하거나 아직까지 제공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 구현도 가능하게 한다.
IT·NT 융합이 만든 주요 상품 중 광촉매나 은나노 제품은 실제 제품이 판매되거나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항균 탈취 기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은나노 제품으로 삼성전자·LG전자가 세탁기를 비롯해 냉장고·비데·공기청정기·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양산되고 있지 않지만 작년에 삼성전자가 개발한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40㎚ 선폭의 공정기술이 적용된 IT·NT 융합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고, 그 외에도 삼성 SDI의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전계방출 원리의 디스플레이나 발광소자 등이 IT·NT 융합이 적용된 예다.
금속 나노입자가 함유된 잉크와 잉크젯 기술을 적용한 PCB 또는 RFID 칩도 잉크테크 등에서 점차 제품화되고 있으며, 이처럼 일상생활과 시장에는 융합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IT·NT 융합에 대한 기술개발 경쟁의 가속화와 관련 산업의 급속한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인 동시에 위협의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IT 분야에서 세계 선두그룹에 진입한 한국으로서는 이를 발판으로 IT·NT 융합에도 선두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자의 헌신적인 노력에 따라 IT·NT 융합의 분기점으로 예상되는 2015년에 IT·NT 융합 및 산업화를 주도하는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블루오션을 창출하고 이로써 3대 선진국의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jdk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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