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는 ‘다양한 포트폴리오’, 중소형사는 ‘선택과 집중’으로 자산운용 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기업이 70여개가 넘어서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전략이 차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두고 기업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사는 종합운용사를 목표로, 소형사는 특화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업체의 경우 대형 증권사처럼 ‘백화점식 펀드 판매’를 할 경우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통법 시행 이후에는 증권사가 자산운용업을 겸할 수 있어 자칫하면 증권사에 편입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이러한 특화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형 운용사 포트폴리오 확장=80조원의 수탁고를 보유한 삼성투신운용은 업계 최다 펀드매니저인 100명의 인력을 갖춘 종합 자산운용사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업종별 상장지수펀드(ETF)와 대만펀드 등 새로운 상품들도 속속 내놓고 있다.
KB자산운용도 20조원의 수탁고를 바탕으로 SOC, 부동산, 파생상품, 단기금융상품 등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다양화한다는 계획이다.
KB자산운용은 또 해외 각 지역 위탁운용사와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펀드 판매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양투신운용은 해외 펀드와 국내 주식형펀드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종합운용사로서 면모를 갖춰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병기 KB자산운용 마케팅 팀장은 “일반 수탁고가 20조원이 넘는 대형 운용사는 한 곳에 집중하는 ‘올인 전략’을 펼 경우 자칫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 곳에 집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상품 구비로 고객에게 안정적 수익률을 안겨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 제 색깔 내기 분주=중소형 업체들은 특화전략이 눈에 띈다. 유리자산운용은 수탁고가 4조6000억원 가량에 불과하지만 국민연금을 운용하고 있는 알짜 운용사에 속한다.
이 회사 안찬식 상품개발팀장은 “자사의 경우 금융공학 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인덱스펀드, 수익성이 높은 스몰비트펀드 등을 운영하며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다”며 “계량기법에 기반한 투자철학을 색깔로 꼽았다.
신영투신운용과 한국밸류운용도 가치주와 보수경영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SEI에셋코리아도 2000년부터 배당주펀드로 유명세를 높였다. 이 회사는 시장의 유행을 쫓기보다 확고한 운용철학과 계량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종목을 선택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이밖에 미래에셋맵스는 부동산 펀드로 확실한 위치를 자리매김 하고 있다.
◇M&A 등 시장 개편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자산운용사 업계의 구조 재편이 아직까지 시장 성장에 비해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증권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10조원 미만의 수탁고를 지닌 작은 기업들이 난립해 똑같은 상품을 이름을 바꿔 파는 게 대부분”이라며 중소업체의 M&A가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 박사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서라도 작은 기업은 서로 모으고, 큰 기업은 부티끄식으로 중소업체가 만든 펀드를 대행 판매하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 kmlee@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자산운용사 국내 시장 월별 수탁고 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