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밝힌 국내 기업들의 REACH 대응 현황 및 대책은 우리 업체들의 준비 수준이 미흡하다는 충격적 결과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대책에 주목하고 싶다. 정부가 대유럽 수출장벽으로 떠오른 REACH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국내기업들의 현실을 사전에 점검, 경고음을 울리는 동시에 선제적 대응 조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REACH란 화학물질의 양과 위해성에 따라 등록·평가·신고·허가·제한하는 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다. EU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 또는 수입되는 화학물질은 등록을 의무화, 우리 기업이 계속 수출하기 위해서는 다음달 1일부터 오는 12월 1일까지 기간 중 사전등록이 필요하다. 지난해 기준 최소 21억달러 규모의 국내 기업 수출품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정부의 조사로는 해당 기업 가운데 60%가 넘는 곳이 전혀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업체는 예산과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이 같은 규제 내용을 사전에 파악하기 쉽지 않고 더구나 사전 대응은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식경제부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대응추진단을 구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 대비가 가능했다. 특히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정보와 비용에서 소외된 중소기업들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쇠고기 파동에 조직 개편까지 겹쳐 어수선한 관가에서 오랜만에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나온 것이다.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인지 부족 가능성이 큰 간접 수출업체에까지 지속적인 정보 전파와 등록을 단계별로 지원하기로 한 것 역시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기업별 일대일 맞춤상담에서부터 3개월 800만원 한도에서 컨설팅 비용을 쿠폰제로 지원하는 것도 중소기업들에는 가뭄의 단비가 될 것이다. 기업의 요청이 있을 때 전문 컨설턴트를 직접 파견하는 ‘익스프레스 컨설팅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한발 앞선 기업 친화적 정책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바라는 정부는 별 거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로 비즈니스를 옥죄거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작 필요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많아질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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