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급증 심각하다

 정부가 1년 이하 단기외채 급증에 따른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단기외채가 국가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제2의 환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1일 “단기외채 증가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억제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이날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금융상황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근 단기외채 증가와 관련해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민감한 이유는 단기부채 증가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채 동향을 보면 장기외채는 2005년 말 1220억달러에서 2007년 2219억달러로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에 단기외채는 659억달러에서 1587억달러로 140%나 급증했다. 결국 단기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1.7%로 늘어난 것.

 특히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이 2005년 1207억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348억달러로 급감했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하반기부터는 2000년 이후 8년 만에 순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단기외채를 고려할 때 외환보유고가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2600억달러로 환란 당시의 10배로 불어났지만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의 60.5%에 달해 순식간에 외환보유고가 반토막이 날 가능성도 높다.

 기획재정부는 선박수주가 호황인 조선회사와 해외펀드 가입 증가로 인한 자산운용사의 선물환 매도, 외국은행 국내 지점의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본·지점 간 거래 증가 등을 단기외채 급증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단기외채의 급증은 자칫 제2의 환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과도한 단기외채였다. 당시 96년 말 기준으로 전체 외채 중 단기외채 비중은 48.2%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러나 1997년 환란은 국가 경쟁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종금사 등이 단기외채를 끌어와 장기로 대출하면서 발생한 것이어서 당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환란 당시의 단기외채와 성격이 달라 대형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정부가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단기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화차입을 규제, 외환유동성 부족사태를 불러올 것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21일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한때 1057.3원까지 오르는 등 요동쳤다.

 이러한 점을 인식해 기획재정부도 단기부채 규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정부가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어렵다”며 “단기외채뿐 아니라 전체 외채 규모를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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