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산 장비 `홀대` 안 될 일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LCD)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 제품이다.

 삼성·하이닉스가 각각 1·2위인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차세대 수출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LCD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세계 LCD 시장의 40% 정도를 우리 업체가 차지했다. 그러나 이런 반도체·LCD 강국임에도 어찌된 일인지 국내 장비시장에서 돈을 버는 곳은 우리 업체가 아닌 외산업체들이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계 반도체·LCD 장비업체는 설비 투자가 극히 위축됐던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대의 영업이익률을 올리며 크게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즈마 화학증착장비를 공급하는 한 외국계 업체는 영업이익률이 무려 35%에 달했다고 한다. 반면에 국내 장비업체들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실적이 극히 부진해 대조를 보였다. 제품이 좋고 기술력이 뛰어나 탁월한 경영 실적을 올리는 건 외국계 기업이라 해도 뭐라 할 수 없다. 오히려 배울 점이다. 하지만 국내업체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가 기회 균등이 아닌, 차별화된 고질적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면 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국내 장비업체는 수요 기업의 역차별적 관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즉, 일부 핵심 장비를 제외하면 상당수 제품이 국산화됐지만 여전히 수요 기업이 외산 기업에 독점적 공급권을 주며 국산 장비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 등 수요 기업이 행여 관행에 얽매여 국산 장비를 홀대하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시장에서 외산업체가 잘나가는 것은 우리가 고부가의 핵심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한 탓도 크다. 대부분의 국내 업체는 영세하기 때문에 장기적 연구개발에 힘을 쏟지 못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실적에만 급급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장기 연구개발을 통한 핵심기술 확보가 언감생심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리 낮은 기술력은 과당경쟁으로 비화돼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국내업체의 경영을 더욱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핵심 기술 확보는 어차피 기업 혼자 힘으로 벅차다. 그렇다면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마침 정부는 얼마 전 ‘디스플레이산업 발전 전략’을 열고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여러 계획을 밝혔다. 이 중 주목되는 것이 반도체·LC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장비 및 부품·소재 국산화율을 크게 높이겠다는 것이다. 40%에 머물고 있는 장비·부품 소재의 국산화율을 오는 2017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앞으로도 우리를 먹여살릴 효자상품이다. 차질 없는 장비·부품 소재 국산화 노력과 함께 그 과실이 국내업체에 돌아가도록 올바른 시장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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