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국을 만들자](17)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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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 한 처벌입니다. 과태료 몇 천만원 내고 또 사업하면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지 않은 P2P·웹하드 등의 사업자에 처음 과태료를 부과했을 때 한 영화관계자의 반응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네 번에 걸친 모니터링으로 적발된 업체 31곳에 적게는 210만원에서 많게는 2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렸다.

 불법 저작물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되던 P2P·웹하드 업체의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는 조치였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은 “과태료가 낮으니 그 돈 내고 사업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악순환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P2P·웹하드 업체의 풍선효과=저작권법 104조는 사업자들의 저작권 보호 의무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이전 법과 비교할 때 가장 발전한 부분이다. 여기에 과태료 부과 조항까지 더해져 법 발효 직후 P2P·웹하드 업체들이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실효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첫 처벌이 나온 이후 저작권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저작권자들은 P2P·웹하드 업체가 줄어들기는커녕 100개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1차 과태료 부과 대상인 업체 일부가 저작권법의 과태료 조항과 처벌을 놓고 헌법 소원과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헌법 소원을 제기한 한 업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정해놓고 몰아가는 측면이 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한 음원 유통업체 임원은 “현행 법을 침해해놓고, 문제를 삼다니 적반하장 격”이라며 “미국은 냅스터를 문닫게 할 정도로 엄단했는데, 불법에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말했다.

 ◇모니터링 인력·시스템 부족=정부가 P2P·웹하드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모니터링도 불법을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P2P·웹하드 등 특수한 유형의 OSP가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치를 하는지 감시하는 곳은 저작권보호센터다.

 저작권보호센터의 온라인단속 인원은 11명. 저작권 침해 정보를 자동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해 대부분의 온라인상 저작권 침해는 이 11명이 일일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모니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온라인팀은 문화부에서 계획한 P2P·웹하드에서 기술적 조치 준수 여부와 저작권 단체들이 요구하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감시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영화뿐만 아니라 출판·인쇄 영역까지 온라인 상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저작권 침해 내용을 상시적으로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작권자들은 “불법 저작물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만큼 지원은 따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일출 저작권보호센터 온라인팀장은 “5월에 4명을 더 충원하고, 부분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저작권 침해 감시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의 그릇된 고소행태까지 가세=일부 법무법인의 그릇된 고소행태도 악순환의 고리를 공고하게 하고 있다. 저작권법과 관련한 법무법인의 고소는 주로 업체가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업체에 직접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하지 않아 책임을 묻기 힘들어 실제로 침해한 네티즌을 상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피소된 네티즌은 “불법 저작물 유통을 방조한 업체가 아니라 불법인지도 모르고 파일을 공유한 사람이 범법자가 되는 것은 모순이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저작물을 유통하는 P2P·웹하드·포털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에서 도입 중인 삼진 아웃제를 받아들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저작권자들도 디지털 저작물 보호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도 일종의 재산권이기 때문에 스스로가 이를 지키려 노력하는 것은 필수라는 뜻이다.

 이수운기자 pero@

◆불법서버 강력한 대책 필요하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기업의 고충은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 국내 PC게임 시장이 불법복제로 인해 초토화된 이후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사업 방식이 등장했지만 불법서버라는 독버섯 때문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불법 사설 서버는 말 그대로 저작권을 무시한 채 음성적으로 제공하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말한다. 게임 업계에서는 불법 서버의 금전적 손실을 연간 15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한 예로 엔씨소프트의 자체 조사 결과 ‘리니지’ 시리즈는 모두 331개의 불법 서버가 있으며 그 회원 수는 15만명을 웃돈다. 이를 피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전체 매출의 8.5%에 해당하는 연 200억원 수준이다.

 게임 업계의 금전적 손해뿐 아니라 청소년에게 끼치는 악영향도 심각하다.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모든 게임은 그 내용에 따라 등급을 받는다. 문제는 불법 서버가 이 등급을 전혀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 따라서 불법 서버를 통하면 초등학생이라도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성인용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서버를 너무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프리 서버’나 ‘게임 사설 서버’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불법 서버를 만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주는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불법 서버 프로그램을 뿌리는 장본인은 주로 국내나 중국에서 활동하는 해킹 그룹이다. 이들은 정식 온라인게임 서버에 침투, 소스코드를 빼내 불법 서버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가공한 후 이를 무상으로 살포한다.

 이 프로그램은 클릭 몇 번으로 불법 서버를 만들어준다. 복잡한 네트워크 지식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상관없다.

 반면에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처방안은 부족하고 처벌 또한 미온적이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불법 서버의 정보를 별다른 여과 없이 보여준다. 분명 현행법 위반 사항인데도 성인인증이나 금지 검색어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마련해 놓지 않고 있다.

 사법부는 그동안 게임 업체의 민원이 빗발쳤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작년 말에야 처음으로 구속 사례가 나왔다. 온라인게임의 불법 서버의 운영이 적발되면 저작권법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게임 업계에서는 “경찰이 애써 불법서버 운영자를 잡아도 사법부는 대부분 약식기소로 벌금형 정도를 내린다”며 “디지털 콘텐츠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라고 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