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산업발전 역사는 창원·반월시화·구미 등 국가산업단지 조성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화 초기 정부 투자의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입지적 비교 우위를 지닌 이들 지역에 투자를 집중했으며 오늘날까지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고도 성장이 조립가공 생산에 기초한 몇몇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산업단지를 놓고 보면 입주 중소기업의 성장률은 아직까지 대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심한 대조를 이루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대기업 공장이 외국으로 이전하면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국내 제조업의 지속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가산업단지의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해결책을 놓고 일부에서는 용지 공급 확대, 노후 인프라 개선 등 물리적 환경 개선을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산업화 성숙 단계에 접어든 대부분의 단지에서는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이 경쟁력 회복으로 연결된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자본 투자의 ‘수확 체감’ 현상이 국내 산업단지에도 나타나고 있으며 더 이상 확대 투자만으로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해답은 국내외 시장의 빠른 가격 및 수요 변화에 대처해 갈 수 있는 신제품, 신공정 기술 개발과 이의 사업화를 위한 전후방 연계 기업 간 지식정보 전달체계 구축에 달려 있다. 우리 중소기업도 이미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고부가지식 획득을 위해 주변 기업이나 연구소와의 공식적, 비공식적 교류 확대를 희망해왔다.
이러한 기업 요구에 부응해 정부는 지난 2004년 이후 한국산업단지공단 내 클러스터추진단을 신설하고 단지별 기업 네트워크의 중개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단지별로는 특화 업종에 따라 5개 안팎의 미니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정보 교류와 상호 협력의 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미니 클러스터 활동을 통한 기업 간 공동 기술개발, 공동 마케팅 그리고 공동 구매의 시너지 효과는 미래 지역경제 성장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3년간 사업 추진 성과를 분석한 결과, 미니 클러스터 참여 기업과 비참여 기업의 연간 생산액 증가율은 그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니 클러스터 활동의 또 다른 부가적 성과는 현재 다양한 루트로 지원되고 있는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 성과가 교류를 통해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혜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이 사업을 통해 점차 공유의 기회가 넓어진 것이다.
물론, 클러스터 정책이 향후 보다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선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효과적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지속적 개발 노력이다. 산업육성 정책에서 이러한 네트워크 지원사업은 세계적으로도 역사가 짧아 정책 성과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책 효과의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차별화된 고유 프로젝트의 발굴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나아가 지역 테크노파크나 대학 지역혁신센터 등 여러 기술개발 및 창업보육 인프라의 활용도 제고를 위한 협력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대학의 인력 관리, 테크노파크의 장비 및 기술 지원자금 관리, 그리고 클러스터추진단의 네트워크 역량을 특화 발전시킴과 동시에 상호 보완적 협력관계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가산업단지 클러스터화 사업은 산업육성 정책의 시대적 변화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궁극적인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지속적 개선과 추진 노력이 필요하다. 클러스터를 처음 주창한 미국의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무한경쟁의 현실에서 경쟁력은 소비시장 점유를 위한 기업의 차별화된 포지셔닝과 클러스터를 통한 혁신역량 강화”라고 말했다.
이우배 인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wblee@inj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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