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 동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전자정부의 중점 사업으로 전자민원(G4C)과 국가복지정보 등 31대 과제를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 전자정부 성과 보고대회에 따르면 연간 1200만건의 민원신청과 1억5000만통의 구비서류 발급 등 안방민원시대를 열었고, 연간 9000여명의 인력 감축과 1조원 정도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전자정부 수준이 세계 5위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전자정부의 실체와 그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안방민원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이 접근하기 어렵다. 주민등록등본 등 민원 구비서류를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느 곳에서나 컴퓨터로 즉시 발급받을 수 있고 안방에서도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그런데도 전자정부 토론회 등에서 ‘특정 민원처리 대행업자들의 전용시스템’이라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한 컴퓨터 관련 대학 교수가 학생들에게 집에서 PC로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는 숙제를 냈더니 60%도 못했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러니 일반 대다수 국민을 지향하는 안방 민원서비스 시스템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다.
아직도 종래의 제도에 따라 불필요한 구비 서류를 요구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를 추첨할 때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게 했으나 이제는 당첨 후 계약 시 제출하도록 개선됐다. 참 잘한 일이다. 하지만 그도 과연 필요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 등기 이전 시 인감증명 등과 함께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게 돼 있어 중복되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공무원 채용시험도 같은 맥락이다. 면접 때 구비서류를 요구하고 있는데 과연 필요한지 의심된다. 최종적으로 신원 조회를 거쳐서 임명하므로 그 과정에서 주민등록 정보보다 더 세세한 개인 정보가 제공된다.
안방에서 민원을 해결하는 모습이 전자정부인양 오해를 산다. 앞으로 모든 민원 업무가 안방의 PC에서는 물론이고 휴대폰을 이용해 이동 중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선진국의 대열에 끼고 국민이 안심하고 잘사는 나라일까.
얼마 전 나는 미국 뉴욕주 알바니의 자동차 등록업무를 견학한 적이 있다. 민원인들이 해당 민원창구 앞에 여러 줄로 길게 늘어서서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 그런데도 그들은 관련 구비서류를 손에 든 채 옆 사람과 서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차례가 오자 밝은 표정으로 민원 처리를 했다.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었고 민원 관청을 신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처럼 성숙된 국민 정서라면 국민 개인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차원에서도 오히려 관청을 찾아가는 민원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자정부다운 통합적 정보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국민의 호응을 얻을 만한 대민서비스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국민의 개성과 취향이 다양해 답하기 어렵지만 국민의 생로병사 종합시스템이 아닌가 생각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일생 동안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국민 지향적 복지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원격진단 및 치료, 병원 간 의료정보 연계 서비스 등이 중요하다.
행정 내부 업무의 체계적 추진을 위해 공무원 인사관리 등 수많은 정보시스템이 정부 기관에서 구축·운용되고 있지만 그 질적 활용은 미흡하다. 인사관리는 급여 지급·인사 통계 등에 소극적으로 활용될 뿐이다. 적재적소의 인사 배치를 위한 적극적인 체계로 정비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다변하는 행정 환경에 부응할 지식정보 체계의 구축이 절실하다. 업무 관련 노하우와 선진 사례 등 다양한 자료들이 내실 있게 DB화돼야 한다. 이러한 DB는 업무 수행 시나 정책 입안 시 연계돼 신속·정확하게 이행되는 그야말로 전자적 시스템이어야 한다.
국민은 안심하고 편안하게 일생을 살아가게 하고, 공무원은 공정하고 능률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정제된 정보시스템의 집합체가 바로 진정한 의미의 전자정부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껏 추진해 온 전자정부의 허와 실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김병규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정보시스템본부장 bkkim@kli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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