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8일 발표한 인터넷포털업체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치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지난해 5월부터 공정위가 장장 1년간 조사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대체 뭐하러 그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을 투입했는지 되묻고 싶다. 시장에서의 현실과 법리적 잣대의 부조화를 탓할 수도 있지만 공정위의 결론 가운데 명쾌한 것은 거의 없다. 명백한 불공정행위로 간주 했다면 징벌적 과징금을 상징적으로 내리든지, 아니면 현행 법규의 미비, 혹은 사안의 경미성을 들어 무혐의 처분을 하든지, 공정위가 좀 더 분명한 태도를 취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곧바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는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의미가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것”이라고 밝힐 만큼 이 부문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포털업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 일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공정위가 동원한 근거는 ‘양면시장 이론’에 따른 네이버의 시장 점유율이다. ‘양면시장’이란 지원 영역과 수익 영역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인데 포털은 이용자에게는 무료로 뉴스와 메일 등을 서비스하면서 돈은 광고주에게 받으니 양면시장 이론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검색 부문 등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네이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행정소송도 추진한다고 한다.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인터넷 시장이 ‘양면시장’인 것에는 동의 하지만 시장의 정의와 범위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공정위의 시장 획정 기준은 대부분의 포털이 검색·메일·전자상거래·커뮤니티·콘텐츠의 5개 분야를 영위하고 있어 이를 모두 운용하는 사업자를 인터넷포털사업자로 정의했는데 여기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포털사업자를 이처럼 규정한다면 전자상거래를 하지 않는 구글은 포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미국의 구글, 일본의 야후재팬, 중국의 바이두 등 자국 내에서 네이버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검색 점유율을 보유한 업체들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됐다는 소식은 어디에도 없다고 반론한다. 양면시장 이론은 아직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최신 이론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네이버의 반박 논리가 먹혀들 소지가 상대적으로 크고 앞으로 행정소송까지 비화한다면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과징금 규모 역시 솜방망이란 지적이 나온다.
1년간 조사한 결과가 ‘설득력을 갖춘’ 반박론에 직면한 양면시장 이론과 실효적 규제가 불분명한 지배적 사업자 규정이라면 공정위에는 부담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껏 상징적 압박 수준의 제재라는 평가를 시장에 보내고 있다. 공정위 발표는 사안의 일단락이 아닌 또 다른 논란거리만을 제공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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