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경제의 화두는 ‘경쟁과 혁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의 세계화 과정과 더불어 국가 간 치열한 경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구도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 바로 기술·조직·마케팅 등 전방위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런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구미 기술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고 세계 시장을 선점 및 확대함으로써 후발 경쟁국가의 추격을 따돌리는 정책을 수행해 왔다. 이의 연장선에서 우리나라도 기술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는 늦은 감이 있지만 2004년부터 기존의 7개 국가산업단지를 혁신 클러스터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7개 국가산업단지는 우리나라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 국내 총생산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수출 및 고용창출 기여도도 매우 높은 산업의 핵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산업 활동이 매우 강력하고 뛰어난 지역을 왜 혁신 클러스터화하려는 것일까. 바로 7개 국가산업단지는 제조업 중심의 생산기능만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어 자체적이며 지속적인 기술혁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는 국가 생존전략의 차원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따라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보유·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해 결과가 최단기간에 신상품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도를 창출해야 한다. 이것이 혁신 클러스터의 기능적 핵심사항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7개 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은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환경이 구비돼 있는가. 불행하게도 기업에 필요한 기술 이전 및 지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지역의 연구개발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내 판단이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대학이 구미 선진국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산업의 특성에 맞는 체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대학은 백화점식 학과 보유 체제다.
이 같은 근본적인 환경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나름대로 단기간 내 성과 위주의 클러스터 정책을 수행했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정부의 책임 또한 매우 크다.
클러스터 정책은 특정 주무 부서가 관장하는 정책 형태가 아닌 다양한 관련 부서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추구하는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 연계형 정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 클러스터 정책은 실체가 없는 정책 즉, 협치(거버넌스)가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다수 학자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혼란을 느끼는 지역의 테크노파크 사업과 혁신 클러스터 사업은 혁신 클러스터 구축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커다란 프레임 속에서 테크노파크·대학·기업의 역할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역동성을 창출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적 환경에서 혁신 클러스터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의 답변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것이다. 무역의존도가 국내 총생산의 70%가 넘는 상황에서 산업의 중요성을 이미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다. 곧 다가올 노동인구 감소, 가장 빠른 초고령화 사회 진입 등의 국가 총체적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산업구조의 고도화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 △세계시장 개척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혁신 클러스터 구축은 이에 대비하는 사업이며 단기간 내 성과 위주 및 단순한 양적 팽창을 위한 클러스터의 수를 증가시키는 접근 방법은 우리의 혁신 역량을 떨어뜨릴 것이다.
박상철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scpark@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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