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는 앞당기겠지만 헐값에 매각할 생각은 없다.”
전광우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산업은행 매각건에 대해 “정상적인 시장환경이라고 하면 산은 민영화 추진계획을 1년 앞당기는 것이 밸류에이션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산업은행 매각 시한을 4년에서 3년으로 앞당김에 따라 협상력이 떨어져 외환은행과 같은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전 위원장의 설명이다.
전 위원장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은 관계기관과 협의해 4월 말이나 5월 초에 확정하겠다”며 “민영화 과정에서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IB)들이 (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것은 산업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또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가장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지난 정부가 법적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한다는 수동적인 자세라면 우리는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 국제 금융사회에 주는 신호, 금융중심지 조성 과제 등을 감안해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풀 수 있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외환은행을 둘러싼 재판이 끝날 때까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종전의 소극적인 태도와 달리 법원에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하는 등 정부 차원의 조속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공기업 기관장 선임에 대해서는 “관료가 금융 최고경영자(CEO) 지분을 과하게 가져간다는 국민적 인식이 있어 능력 있는 민간인이 많이 CEO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역량이나 성과가 있다면 관료 출신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선기준을 밝혔다.
전날 삼성그룹이 은행업 진출 포기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금산분리 완화 및 은행 민영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이 비은행 부문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것은 금융산업 발전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은행들이 외화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직은 감내할 수준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전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차입조건이 나빠져 스프레드(낮은 행사 가격으로 콜을 매수하고 높은 행사 가격으로 더 많은 콜을 매도하는 것)가 올라가고 금액 자체도 경색이 되는 현상이 생겼다”며 “빡빡한 것은 사실이지만 유동성 측면에서 심각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모니터를 거쳐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면 상황 개선을 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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