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물러남에 따라 삼성그룹 경영체제에 변혁일 몰려 올 것인가를 두고 재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에서는 일단 이 회장이 경영전면에 서서 칼자루를 쥐고 진두지휘하는 장수형 오너경영자 스타일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외견상의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경영시스템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엄존한다.
사장단협의회가 가동되지만 어느 한 두명의 인물에 의해 그룹의 의사결정과 지배력이 좌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영향력이 지금과 180도 달리 크게 약화될 것으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대규모 신사업 진출이나 주요 투자결정, 계열사 정리 등 삼성의 굵직한 현안을 다룰 때 최대 오너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일상적인 경영시스템이나 스타일은 크게 변모하겠지만 그런 골간이 전면적으로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특검 수사결과 전략기획실의 `어두운 면`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삼성은 큰 아픔을 참아내며 환부를 도려냄으로써 투명경영과 그룹 차원의 간섭경영, 선단식 일방형 경영체제를 혁신할 수 있는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경영 상속.승계와 지배구조 구도는 =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로의 경영권 이양구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대체적인 기류다.
일단 이 회장이 물러나는 모양새에 맞춰 이 전무 역시 삼성전자 고객총괄채임자(CCO) 자리를 내놓고 해외사업장 투어에 나서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특검 정국을 전후로 삼성의 여러 문제들이 풀리고, 특히 특검 수사결과 기소된 이 회장의 재판을 매듭짓는 등의 걸림돌이 제거된다면 적절한 시간이 흐른 뒤 이 전무의 컴백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은 편이다.
삼성은 특히 22일 내놓은 쇄신안에서 지주회사 전환에는 20조원 가량의 돈이 들고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는다는 문제점을 내세우면서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할 사안으로 정리하는 한편 순환출자의 핵심고리 가운데 하나인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보유주식을 4-5년내 매각하는 수순을 밟겠다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 방안 외에 이 전무로의 경영권 이양 이슈에 대한 삼성의 솔루션은 이번 쇄신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회장은 이 전무가 백의종군한 뒤 `글로벌 삼성`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삼성 경영체제와 시스템을 안정하는 과정을 거쳐 떳떳하게 낼 세금을 다 내면서 사실상의 오너경영 대권을 물려줄 공산이 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병철 전 회장이 별세한 뒤 삼성이 1995년 이른바 `미국 로스앤젤레스 가족회의`를 거쳐 지금의 삼성, 그리고 옛 제일제당.안국화재, 제일합섬.새한미디어, 전주제지.고려병원, 신세계 등으로 그룹의 가족분할을 시도한 것처럼 전자.금융계열은 이 전무, 호텔.화학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패션.의류는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등 이 회장의 1남2녀에게 할당되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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