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정책 `역풍`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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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신경전을 벌였던 산업은행 민영화 방식이 지난 주말 개별매각으로 사실상 결론이 났다.

 산업은행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민영화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안했던 산업·우리·기업은행을 묶는 메가뱅크안은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최근 기획재정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의 통합으로 공룡 부처로 재탄생한 기획재정부는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최근 정책 결정 과정에서 타 부처 및 정부 여당, 전문가의 견제를 받으며 정책 입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섣부른 주장으로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출범 이후 공금융기관 민영화·금리인하·환율인상·추경편성 등에 강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재정부가 제안한 안건들은 대부분 장애물에 부딪혔다.

 메가뱅크안은 민영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용도폐기될 위기에 처했으며 금리인하 문제는 물가상승 압박과 한국은행의 버티기로 인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환율문제도 국제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인상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냈으나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재정부에 냉소로 답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과 관련해서는 여당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을 고쳐서라도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에 여당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재정부와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여론도 재정부에 비우호적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지난 18일 한 토론회에서 한은에 대한 정부의 금리인하 압박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며 “한은은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정부의 회유와 압력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한은의 손을 들어줬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재정부에 ‘모피아’라고 언급하며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비판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대내외 비판을 놓고 기획재정부는 “정책수립을 위한 협의과정에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킨 면이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재정부의 정책이 태클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공룡부처에 대한 견제심리와 이 대통령의 심복으로 사실상 부총리급 장관으로 불리고 있는 강만수 장관의 독주에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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