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18일 도쿄돔 43개 면적에 해당하는 200만㎡ 공간에 미래도시 ‘도요타 메타폴리스’를 건설했다. 실로 엄청난 규모다. 위치는 도쿄 와카스 부근이다. 방문객은 도요타의 최신형 자동차나 컨셉트카를 단돈 몇 천원에 빌려 5.65㎞ 구간 특설 레인에서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다.
도요타가 이 메타폴리스를 도쿄 도심 한복판에 건설하는 데 든 비용은 수억원에 불과하다. 실제 공간이 아닌 3차원 사이버 공간 ‘미트-미(meet-me)’에 건설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린든랩이 3차원 가상세계 ‘세컨드라이프’로 세계적 돌풍을 일으키자 일본 기업들이 앞다퉈 그와 유사한 서비스에 돌입했다. 이달 들어 지난 8일 코코아가 ‘미트-미’를, 17일엔 타렛트가 ‘다렛트월드’를 연달아 오픈했다. 이에 앞서 소프트뱅크의 ‘S!타운’, 스프류무의 ‘스프류무(Splume)’, SBI로보의 ‘사이버 메가시티’, 하테나의 ‘하테나월드’, 스퀘어에닉스의 ‘스퀘어에닉스맴버스 버추얼월드’ 등이 서비스에 들어가 일본의 가상세계 출현 속도는 그야말로 우후죽순을 연상케 한다.
이 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판 가상세계 전도다난(前途多難)’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헤쳐나가야 할 장벽이 너무나도 많다고 지적했다.
◇활성화 걸림돌은=당장의 서비스 활성화 걸림돌은 네티즌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거쳐야할 관문이 많다는 점이다. △네티즌은 수백 MB의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해 자신의 PC에 설치해야 하고 △초기 사용자 등록 과정이 복잡하며 △신용카드 번호 입력, 선불카드 구입 등의 별도 과금 절차가 요구된다는 점 등이다. 일본 온라인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이를 ‘온라인 게임의 3중고’라 부른다.
네티즌이 서비스 이용을 결심하고 실제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선 최소한 30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또 서비스가 추가될 때마다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해 네트즌이 느끼는 심리적 장벽도 있다. 특히 최근엔 네티즌 간 아이템 화폐 거래 즉, 리얼 머니 트레이드(RMT)를 차단하기 위해 요구되는 보안장벽도 만만치 않다.
늘어나는 유사 서비스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도 부족하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온라인 게임의 붐은 3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과거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평가다.
◇가상 세계의 폭발적 보급은 꿈인가?=린든랩이 ‘세컨드라이프’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유료 가입자는 순증은 정체에 늪에 빠졌다. 유료 프리미엄 회원수는 9만명 내외로 지난해 이후 게걸음을 걷고 있다. 일본 내에서 한달간 1시간 이상 접속한 건 수는 지난 3월 2만7081계정으로, 지난해 8월 4만계정 돌파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사 서비스가 북미에서 잇따라 등장해 경쟁이 격화된 부분도 있지만 이들 가상 세계에서 이용자들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가상 세계의 원조격인 ‘세컨드라이프’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일본 가상세계 서비스들이 원조의 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최정훈기자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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