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WIPI)’를 탑재하지 않은 휴대폰이 출시된지 1년도 안돼 단종됐다. 이에따라 위피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KTF 측은 작년 4월 출시된 위피 미탑재 휴대폰 ‘LG-KH1200’이 2월말로 공급이 중단됐다고 20일 밝혔다.
KTF 관계자는 “위피 미탑재 휴대폰은 공급이 중단됐고 현재는 일부 재고 물량만이 유통되고 있다”며 “위피를 탑재하지 않은 신규 단말기 출시 계획도 현재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년만에 ‘찻잔 속 태풍’으로=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으로 저가 단말기의 메리트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위피없는 휴대폰인 KH1200은 영상통화와 글로벌 로밍 등 핵심 3G 서비스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위피를 기반으로 한 무선인터넷 기능만 제외됐다. 출고가격은 23만원6500원이다.
KH1200의 개통 대수는 지금까지 74만4000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작년 5월부터 3개월 간 공급된 팬택계열의 ‘U-5000’은 8만여대가 개통돼 위피 미탑재 휴대폰은 총 83만여대가 공급됐다.
하지만 초기 3개월간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월 판매량이 꾸준히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는 이통사간 보조금 경쟁에 따른 ‘공짜폰’의 공급 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까지 극심했던 보조금 경쟁과 의무약정제 실시 이후 저가 단말기의 메리트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위피 논란은 계속될 듯=하지만 위피없는 휴대폰 단종이 시장 경쟁에 의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것이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체 휴대폰 가입자의 20% 선에 머물고 있는 무선인터넷 활용도를 감안할 때 위피 미탑재 폰에 대한 잠재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도 특별히 기능 상의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올해부터 속속 국내에 들어올 외산단말기의 위피 채택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불씨다. 노키아의 경우 위피를 탑재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하지만 일부 외산 단말기의 경우 위피를 탑재할 의무가 없는 PDA폰과 경계가 모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위피의 업그레이드가 지지부진하면서 4세대로 진화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무조건 탑재를 의무화 하는 것보다 어떻게 위피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냐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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