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 방통위 시대](3부)주파수가 경쟁력이다(상)시장 친화적 재분배

 전파(주파수)는 토지처럼 유한한 국가 자원이다. 과거 땅(대역)이 넓고 경작할 사람(사업자)이 적을 때에는 널찍하게 나눠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늘고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주파수 수요가 폭증할 태세다. 유한한 주파수를 현명하게 과학적으로 나눌 방안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

 

 ‘경제적 가치가 높은 주파수를 공정하게 다시 나눌 원칙을 세우자.’

 방송·통신 시장에 새로 진출하려는 기업에 더욱 많은 기회를 열어주기 위한 ‘주파수 재분배 카드’를 꺼내들 때다. 그동안 주파수 대역별 특성에 따라 분배하지 않고 사업자가 바라는 대역을 ‘선착순’으로 배정한 탓에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파 특성이 좋은 1기가헤르츠(㎓) 이하 주파수 가운데 4300만명이 쓰는 이동통신용 대역폭은 50㎒에 불과하나 594만 가구가 쓰는 지상파 TV방송용 대역폭이 408㎒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주파수 자원이 모자라지 않던 과거에 ‘넓게 분배한’ 결과다.

 또 이동통신용 주파수가 기존 사업자에 집중 분배된 까닭에 경쟁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 투자를 촉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따라 이른바 ‘황금 주파수 논쟁’을 부른 이동통신용 800㎒ 대역뿐만 아니라 방송용 주파수를 포괄하는 전파 규제·관리 정책을 새로 짤 계획이다. 다만 2011년 6월까지 SK텔레콤이 800㎒를 쓸 수 있도록 한 기존 규제에 대한 ‘신뢰(예측성)’를 일궈내야 하는 게 과제다.

 섣부른 조기 회수·재배치가 규제 신뢰도를 실추시켜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 바라고 시장흐름을 타는 전파관리제도와 주파수 재분배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SKT가 쓰고 있는 800㎒ 대역폭의 주파수 특성이 좋다 보니 재분배 요구가 분출하는 것”이라며 “주파수를 회수하거나 재분배 시점이 왔을 때에 대비해 공정하게 배치할 기준을 확립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장 독과점 구조가 다른 분야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며 “주파수 경매제와 주파수 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올해 안에 SKT의 800㎒대역 일부를 회수해 ‘후발사업자에 할당’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용률이 낮은 주파수를 회수해 수요가 늘고 있는 방송·통신용으로 다시 배치, 새로운 서비스가 활성화할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이와 관련 이동통신사별 시각이 크게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연학 KTF 전무(전략기획부문장)는 이와 관련, “3세대 이동통신(WCDMA)이 활성화하고 셀룰러(2세대 이동통신) 가입자가 줄어 이용실적이 저조한 800㎒ 대역 주파수를 회수·재배치해 후발사업자에게 할당함으로써 주파수 공정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곤 LG텔레콤 상무(정책개발담당)는 “경쟁활성화라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800㎒ ‘로밍(공동사용)’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그러나 이형희 SK텔레콤 기업관리전략실장은 “작년에 열린 세계전파총회(WRC) 결과에 따라 800㎒만이 황금주파수라는 인식을 전환할 시점이 도래했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파수 효율을 극대화하고, 사업자의 주파수 수요와 투자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파수 1㎓ 이하 주파수 이용(폭)현황

- 방송용: TV(408㎒)+FM(20㎒)+AM·단파(22㎒)·방송중계(17㎒)=467㎒

- 통신사업용: 셀룰러(50㎒)+주파수공용통신(22㎒)+기타(32㎒)=104㎒

- 일반 무선국용: 군대(167㎒)+국가기관(65㎒)+국민(158㎒)=390

이은용기자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