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닥쳐오는 정보화 시대의 물결은 이전에는 상상하기도 어렵던 변화를 우리 일상생활에 일으키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최신 뉴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전자상거래를 통해 집에서도 원하는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 산간 오지의 농부가 인터넷을 이용해 농사 기술을 습득함은 물론이고 작황 예측과 기상변화 예측도 가능하게 되면서 재해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등 보편화된 정보는 사용하기에 따라 무궁무진한 생활의 이기가 돼가고 있다.
정보의 활용은 정보의 생산과 저장, 사용자로의 이동 및 전달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며 최종 전달은 인간의 오감 중 시청각을 주로 이용한다. 그런데 이때 시각을 이용하는 영상은 청각에 비해 수천 배 이상의 정보량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정보 전달은 디스플레이 장치를 이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장치로는 과거 오랫동안 브라운관이 널리 이용돼 왔으나 2000년대 이후 가볍고, 전력소모가 적고, 부피가 작은 액정표시장치(LCD), 플라즈마표시패널(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다양한 평판디스플레이가 개발돼 실용화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브라운관을 급속히 대체하면서 계속 성장해 2007년에는 1000억달러 이상의 시장을 형성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상품 중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품목으로는 조선, 반도체와 함께 디스플레이를 들 수 있다. 그중 평판디스플레이는 1998년 10억7000만달러를 수출했으나, 금년에는 약 410억달러의 수출이 예상돼 최근 10년 동안 40배 이상의 수출 증가를 이뤘다.
향후에도 디지털TV 등의 보급 확대에 따라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 2015년에는 약 700억달러의 수출이 예상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자체의 고유한 기술과 반도체 제조기술, 영상표시 기술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산업으로서 국내 업계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오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과 적극적인 투자로 말미암아 LCD, PDP 등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패널 생산을 뒷받침하는 부품소재나 제조용 설비에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을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디스플레이 부품소재와 설비의 국산화율은 각각 60%와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며, 이를 설비의 부분품과 2, 3차 소재까지 확대한다면 부끄러운 수준에까지 이른다.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잡은 청새치는 돌아올 때 뼈만 남는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이 400억달러가 넘는 수출에도 불구하고 핵심 장비 및 재료의 많은 부분을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은 마치 잡은 고기를 상어떼에게 빼앗기고 뼈만 가진 노인을 연상시킨다.
최근 디스플레이업계는 소니와 샤프의 합작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 양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는 장비재료 기술의 많은 부분을 일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 업계에는 성장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조업의 역사가 짧고 관련 산업의 인프라 또한 취약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디스플레이 산업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장비재료 국산화를 위한 기업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의지와 체계적인 지원 또한 절실하다.
디스플레이는 앞으로도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으로,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 상품으로 발돋움할 날도 머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화학·기계 등 관련 산업도 동시에 성장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산업체와 정부의 공동 노력을 통한 지속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김동원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kdw1952@k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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